놀이공원 온듯 ‘쿵쿵’ 윗집 외국인…항의하자 “한국말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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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3월 22일 10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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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2부]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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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파트가 아무리 부실하게 지어졌다고 해도, 고통받는 아랫집 사람들을 위해서 아이들이 집에서 뛸 자유를 단속할 수는 없는가요? 그것이 집에서 즐겁게 지낼 자유를 제한하는 것일까요?”

층간소음 고통을 호소하며,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독자 메일이 왔습니다.

아무리 간청과 호소를 해도 말을 안 듣는 윗집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 집에서 자유롭게 지낼 권리가 있다”고 큰소리칩니다. 사고방식이 다른 외국인 거주자들은 더 그럴수 있습니다.

올해 7월부터 충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바닥구조 사후 확인제도가 실시됩니다. 이런 하드웨어적 개선도 필요하지만 층간소음 측정, 단속, 징계 같은 소프트웨어적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합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층간소음 문제는 광범위하고 심각한 상태입니다.

아래 사례는 실제 내용입니다. 층간 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자세한 내용을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이게 과연 우리나라 건축 공법만의 문제입니까?”
저희 윗집에는 옛 러시아 연방의 한 국가에서 온 외국인 가족 6명이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과 부인 그리고 서 너살 짜리 애기에서 유치원생,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딸 4명이 있습니다. 집은 법인 명의 전세로 1년반 째 거주 중입니다.

거의 2m 거구의 남자는 걸어 다니기만 해도 아랫집으로 묵직한 진동이 들리고, 부인이 집안 일 하는 소리가 쉴새 없이 들립니다. 아이들은 나가 놀지 않고 거의 하루 종일 집안에서 소란스럽습니다.

하도 시끄럽고 천장이 울려서 하루는 올라가 부인에게 매트리스라도 깔고 실내화를 신으라고 했더니 온돌 효과가 떨어져서 매트리스를 깔지 않겠다고 버팁니다.

소통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엄마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합니다. 10년째 한국 회사에 근무중인 남자 분은 한국어를 전혀 못한다며 뭔가 항의를 하면 “I don‘t understand.”, “I can’t speak Korean”로 일관합니다.

처음 그들이 이사 왔을 때 아빠와 아이들이 정말 놀이공원 에버랜드를 방불하게 집안에서 즐겁게 뛰어놀아서 항의하러 올라갔는데 처음 들은 이야기가 “회사에서 이런 집을 얻어줘서 어쩔 수 없으니 회사에 연락하십시요”였습니다.

관리사무소에 등재된 회사 측 연락처는 통역업체의 연락처였고, 당연히 항의해도 시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어렵게 회사 사택담당자 연락처를 알아내어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정식으로 항의를 시작하였습니다. 1년 3개월이 지나서야 회사측도 잘못을 인정하고 그들을 이사 시키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그러나 마땅한 집을 구할 수 없다는 핑계로 그 약속은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과연 우리나라 아파트 건축 공법만의 문제일까요?

그보다 층간소음 문제가 근본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무시, 배려 없음, 남의 고통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가 깔려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극단적인 케이스이구요.

실제로 사택 담당자에게 항의를 시작하고 본인이 회사와 면담을 하게 되면서 윗집의 소음은 많이 줄었습니다(에버랜드 수준에서 동네놀이터 수준). 저의 항의에 해서도 말로만 하는 것이 뻔히 보일지언정 그래도 “죄송합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반면 저는 이 과정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었고 스트레스로 생리가 중단되었습니다.

제가 피해자여서 너무 극단적으로 이야기를 풀어 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게 아파트의 구조적 문제이기만 한 것인지, 서로 참고 양보하며 살며 해결할 문제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해법
외국인으로 인한 층간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일부 외국인들의 경우는 가족들이 모여 떠드는 것에 대해 타인이 간섭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이웃이 항의를 하면 오히려 사생활을 방해한다고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층간소음 관련 법을 내놓아 보라고 하기 때문에 대화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이 때는 정공법을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핵심은 층간소음은 나라 간 문화적 차이로 양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범법행위에 가까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먼저 할 일은 관리소를 통해 정부나 아파트 자체층간소음 규정(소음기준, 공동주택 층간소음 예방방식)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즉 당신의 행동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겁니다.

다음으로는 경찰에 신고접수를 하십시오. 신고받으면 경찰은 일단 출동합니다. 출동한 경찰에게 소음의 정도를 먼저 확인시키기 바랍니다. 그 다음에 경찰이 직접 외국인에게 주의를 줄 것을 요청하면 됩니다. 최근에는 경찰청에서도 층간소음 민원을 접수하여 처리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위 사례처럼 외국인이 근무하는 회사의 직속 상사에게 이메일, 전화, 직접 방문 등을 통해 상황설명을 한 후 주의를 당부하는 것도 효과가 있습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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