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압에 맞선 러 독립신문 “우리는 계속 ‘전쟁’을 ‘전쟁’이라고 부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일 15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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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계속 ‘전쟁’을 ‘전쟁’으로 부르고 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블라미디르 푸틴 정권은 러시아 언론에 ‘전쟁’ ‘점령’ ‘침공’ 등의 단어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1993년 설립된 반정부 성향의 독립신문 ‘노바야 가제타’는 굴하지 않고 전쟁의 참상을 시시각각 알리고 있다. 이 신문은 침공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1면에도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로 병기한 성명을 내 침공을 규탄했다.

“우리는 이번 호를 우크라이나-러시아어 두 언어로 발행한다.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적으로 보지 않고 우크라이나어 역시 적의 언어로 여기지 않는다. 러시아인의 반전 운동만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이를 주도한 인물은 필리핀 독립 언론 ‘래플러’의 창립자인 마리아 레사(59)와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드미트리 무라토브(61) 편집장이다. 그는 최근 미 주간지 뉴요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을 꾸준히 보도하는 이유에 대해 “검증된 정보를 원하는 독자들을 배신하지 않겠다”며 절대 푸틴 정권의 기관지로 전락하지 않겠다고 했다.

무라토브 편집장은 러시아 내에서도 반전 시위가 활발하다며 “이미 수백만 명의 러시아인이 국제 청원사이트(Change.org)를 통해 반전 서명에 참여했다. 러시아에 만연한 고질병 ‘무관심’이 사라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노바야 가제타는 체첸 전쟁의 참상을 폭로한 안나 폴리코프스카야 기자가 2006년 총격으로 살해당하는 등 창간 후 6명의 소속 기자가 의문사를 당했음에도 꿋꿋하게 신문을 발행해왔다. 무라토프 편집장 역시 노벨상 수상 당시 언론 자유를 수호하다 죽은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저널리즘의 가치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임보미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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