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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광주 붕괴’ 부실시공 뒤엔 부실감리 의혹

입력 2022-01-21 03:00업데이트 2022-01-21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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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설-양생과정 부실시공 정황에도 사고 하루前 감리신고서 ‘적합’ 제출
붕괴 39층 공법 바꿔 시공 드러나… 하중 쏠려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
서울시, ‘학동 붕괴’ 현산 징계 돌입… 광주 동구 “영업정지 8개월” 요청
20일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 내부에 잔해가 남아 있다. 피해자가족협의회 제공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해 부실시공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감리업체의 관리감독이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계획한 공법을 변경해 시공하면서 붕괴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 감리보고서 모두 ‘적합’
20일 광주 서구에 따르면 A업체는 2019년 5월 현대산업개발과 화정아이파크 1·2단지 감리 계약을 36억 원에 체결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자격 심사와 최저가 입찰을 통해 109개 업체 가운데 A사를 감리업체로 선정했다.

감리업체는 시공사가 설계도면대로 공사하는지, 부실 공사 정황은 없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감독한 후 감리보고서를 작성한다. 그런데 A사는 공사가 시작된 2019년 5월부터 작성한 11권의 감리보고서에 ‘적합’ 의견만 실었다. 201동 붕괴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콘크리트 타설(거푸집에 붓기) 강행, 부실 양생(완전히 굳을 때까지 보호하는 작업) 등을 적발하지 못한 것이다. 감리업체는 ‘적합’ ‘보완 필요’ ‘부적합’ 등 세 가지 의견을 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보완시공이나 재시공이 이뤄지게 된다.

특히 붕괴 사고 하루 전인 10일 광주 서구에 제출된 지난해 4분기(10∼12월) 감리보고서 역시 종합 의견은 ‘적합’이었다. 지난해 12월 203동 39층 바닥 콘크리트 타설 중 일부가 주저앉아 재시공한 사실도 기록돼 있지 않았다. 경찰은 서구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감리보고서를 토대로 부실감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39층 공법을 바꿔 시공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서구에 따르면 201동 39층 바닥(설비·배관층 천장) 공사가 재래식 거푸집 방식에서 지지대를 설치하지 않는 ‘무지보 공법’으로 변경돼 시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38층 천장과 39층 바닥에 있는 설비 공간(PIT층)의 높이가 1.2m에 불과해 지지대를 설치하기 힘들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무지보 공법은 거푸집 방식보다 비용은 많이 들지만 공기를 단축하며 편리하게 시공할 수 있다. 일각에선 공법을 변경해 공사하던 중 하중이 아래로 쏠리면서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 피해자 가족 “최악의 상황”
이날 피해자 가족들은 소방당국의 안내로 화정아이파크 붕괴 현장을 직접 살펴봤다. 피해자가족협의회 대표 안모 씨는 “최악의 상황”이라며 “짧게는 한 달, 그렇지 않으면 6개월∼1년이 지나도 구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안 씨는 “가족들에게 엄청나게 긴 시간이 될 것 같다”며 “수색 방식 변경을 논의해 구조당국에 제안하겠다. 중앙정부가 신속히 다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해 6월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현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징계 절차에 뒤늦게 들어갔다. 광주 동구는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내려 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고, 서울시는 다음 달 17일 청문 절차를 거쳐 처분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장 8개월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광주=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광주=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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