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민주주의의 목에 칼 겨눠”…‘난입 사태’ 트럼프 맹폭

  • 뉴시스
  • 입력 2022년 1월 7일 05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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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 역사상 초유의 ‘의회 난입 사태’ 1주년을 맞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맹렬하게 비판했다. 난입 사태는 미국 민주주의의 목에 칼을 겨눈 ‘무장 반란’으로 지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 유튜브 채널로 중계한 의회 대국민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전직 미국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 관한 거짓말을 만들어내고 퍼뜨려 왔다”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이후 불복 의사를 내비치며 사실상 1월6일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이 사건으로 임기 중 두 번째 탄핵 소추를 당하기도 했다.

20분 이상 이어진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16차례에 걸쳐 ‘전직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쓰며 난입 사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여한 바를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단지 선거에서 졌을 뿐만 아니라 폭력적인 군중이 의회에 도달하게 함으로써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막으려 했다”라며 “하지만 그들은 실패했다”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 “원칙보다 권력에 가치를 뒀고, 국가의 이익, 미국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중시했으며, 우리 민주주의나 헌법보다 자신의 상처받은 자존심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그런 일을 했다”라고 날이 선 비판을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93명의 상원의원과 그가 임명한 법무장관, 그의 부통령, 주지사, 주 당국자들이 모든 현장에서 ‘그가 졌다’라고 말했음에도 그는 자신이 졌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라고 일갈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어떤 대통령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일을 했다”라며 “그는 선거 결과, 그리고 미국 국민의 의지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라고 거듭 맹공을 펼쳤다.

난입 사태 당일 트럼프 전 대통령 행보를 두고는 “폭도를 결집시켜 공격하도록 하고, 백악관 오벌오피스의 전용 식당에 앉아 모든 일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면서, 경찰이 폭행을 당하고 목숨이 위험에 처하고 국가의 의회가 포위되는 동안 몇 시간이나 아무 일도 안 했다”라고 했다.

뒤이어 1월6일 난입 사태 자체와 가담자들을 향한 비판과 개탄도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태 가담자들을 향해 “단체 관광객이 아니라 무장 반란이었다”라고 규정했다.

또 “그들은 국민의 의지를 지키려 한 게 아니라 국민의 의지를 거부하려 했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지키려 한 게 아니라 이를 뒤집으려 했다. 그들은 미국의 대의를 구하려 한 게 아니라 헌법을 전복하려 했다”라고 비판했다.

공화당을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내 일부 용기 있는 이들은 이에 저항하고 당의 원칙을 지키려 했지만, 너무 많은 이들이 그 당을 뭔가 다른 것으로 변형시켰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들(공화당)은 더는 그 당, 링컨, 아이젠하워, 레이건, 부시의 당이 되고자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했다. 아울러 “우리는 이 순간 선택해야 한다. 어떤 나라가 되고자 하는가. 정치적 폭력을 일반적인 일로 받아들이는 국가가 되고자 하는가”라고 국민을 향해 호소했다.

자신이 승리한 11월3일 대선을 두고는 “이 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민주주의의 증명이었다”라며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그 선거에서 투표했다. 1억50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팬데믹 상황에서 그날 투표소에 가 투표했다”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2020년 선거로부터 결과를 얻는 대신 전직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은 당신의 표를 숨기고 선거를 전복하는 게 자신들이 이기는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했다”라며 “이는 틀렸다. 이건 비민주적이고, 미국적이지도 않다”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피력해 온 선거 조작 가능성을 두고는 “2020년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게 전직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말해 온 두 번째 큰 거짓말”이라며 선거 결과에 관한 소송이 모두 거부됐다고 강조했다. 또 “선거 결과가 부정확하다는 증거는 ‘0’”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취지에서 난입자들을 애국자로 표현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을 거짓말로 일축, “당신은 단지 자신이 이겼을 때만 조국을 사랑할 수 없다. 편리할 때만 법을 따를 수는 없다”라고 일갈했다.

당시 의회 난입자들이 “애국심이나 원칙 때문에 이곳(의회)에 온 게 아니다”라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평가다. 그는 “그들(난입자들)은 미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분노 때문에, 단지 한 사람을 위해 이곳에 온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의회를 급습한 자, 부추기고 선동한 자, 그들이 그렇게 하도록 촉구한 자는 그렇게 함으로써 미국, 미국 민주주의의 목에 단검을 들이댔다”라고 규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맥락에서 “투표함에 평화롭게 자신의 표심을 표현한 1억5000만 명이 넘는 미국인, 투표의 온전성을 보호한 선거 노동자들, 이 의회를 수호한 영웅들”을 자신이 평가하는 진정한 애국자로 열거했다.

이날 연설에서는 중국과 러시아도 언급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서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다른 이들이 민주주의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데 내기를 걸고 있다”라며 “나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는 역사의 변곡점에 살고 있다”라고도 했다.

그는 이어 연설 말미에서 “가장 어두운 날이 빛과 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1월6일은 민주주의의 끝이 아니라 자유와 공정한 경기 부활의 시작”이라고 발언했다. 또 “나는 국가를 수호할 것이고, 누구도 우리 민주주의의 목에 칼을 들이대도록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곳은 왕이나 독재자, 전제 군주의 땅이 아니다. 우리는 법의 나라, 혼돈이 아니라 질서의 나라, 폭력이 아니라 평화의 나라”라며 “함께, 우리는 신 아래 하나의 국가”라고 국민의 단합을 촉구했다.

지난해 1월6일 벌어진 사상 초유의 의회 난입 사태는 당시 현장 대응에 나섰던 경관 브라이언 시크닉을 포함해 총 다섯 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이후 사건에 투입된 경관들의 극단적 선택도 이어졌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에 따르면 의회 난입 사태 이후 현재까지 총 725명 이상이 체포·기소됐으며, 325명에게는 중죄가 적용됐다. 미국 법무부는 모든 가해자에 법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연설 내용을 “바이든이 완전히, 전적으로 실패했다는 사실에서 눈을 돌리게 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을 더 분열시키려 내 이름을 이용했다”라고 주장했다.

의회 1월6일 조사위원회를 향해서는 “조작된 2020년 대통령 선거를 논하지 않는다”라고 비난했다. 같은 맥락에서 2020년 대선을 ‘커다란 거짓말’로 규정하고,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해 “(대선에서) 일어난 일에 관한 어떤 답변이나 타당한 이유도 보유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워싱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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