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경제 갑자기 둔화 위험…韓, 美-中수출에 지나친 의존 말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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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새해특집]글로벌 석학 인터뷰
〈2 〉 아이컨그린 UC버클리 교수
팬데믹-中경제 예기치않은 감속…올해 세계 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
공급망 위기 내년까지 계속될 듯…美, 봄부터 금리 인상 가능해져
韓, 대기업 대신 스타트업 육성을…이민 개방으로 인구감소 대처해야

국제금융·통화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배리 아이컨그린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한국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는 신년 인터뷰에서 한국이 몇몇 대기업에만 의존하지 말고 작은 스타트업을 많이 키워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이컨그린 교수 제공
국제금융·통화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배리 아이컨그린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한국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는 신년 인터뷰에서 한국이 몇몇 대기업에만 의존하지 말고 작은 스타트업을 많이 키워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이컨그린 교수 제공
《“수출과 몇몇 대기업에 의존하지 말고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을 적극 육성하라.”

통화·금융정책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배리 아이컨그린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경제학 교수(70)가 최근 동아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세계 경제 위기에 맞서 ‘다양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자신의 은사(恩師)인 198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토빈 전 예일대 교수의 격언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를 언급하며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에 지나치게 기대지 말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오늘을 있게 한 교육 분야에 대한 집중적 투자를 계속하고 이민 문호 개방으로 인구 감소 위험에 대처하라고 말했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새해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에 이어 더 치명적인 새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날 가능성, 중국 경제의 하방 위험을 꼽았다. 현재의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이 2023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면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봄부터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 세계 경제의 최대 위험은 무엇인가.

“첫째, 전염병 대유행(팬데믹)이다. 더 치명적이고 전파력 강한 새로운 변이가 나타날지 봐야 한다. 둘째, 중국 경제의 갑작스럽고 예기치 않은 감속 가능성이다. 중국 부동산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면 건설 부문이 침체되고 소비자 심리도 위축될 수 있다. 나는 중국이 올해에도 4.5∼5%가량 경제를 성장시킬 수단을 갖고 있고, 이를 활용할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하방 위험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야 한다.”

―한국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한국 경제에 조언을 한다면….

“인구 변동이 ‘넘버원’ 과제다. 이민에 더 개방적으로 변하면 이 문제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내 논문을 지도해줬던 토빈 교수는 자신의 금융 이론을 설명하면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했다. ‘다양화’는 지금처럼 불확실한 세상에 (대응하는) 신중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미국이나 중국에 대한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라. 또 일부 몇몇 대기업에 의존하지 말고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육성에 나서라. 또 한국이 예전부터 잘해왔던 교육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

―미국 소비자물가가 계속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다. 연준은 언제쯤 금리를 올릴까.

“연준이 너무 늦게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연준이 자산 매입 축소(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힌 만큼 매입은 올해 3월에 종료될 것이다. 봄(4월이나 5월)에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다만 이런 조치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꺾일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할 것이다. 물가상승률은 올해도 연준이 낮추려는 목표치(2%)보다 높은 수준에서 움직일 것이고 2023년은 돼야 목표치에 근접할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

“공급망 위기의 일부는 반도체 부족과 연관된다. 이 문제 역시 2023년까지 이어질 것이다. 기존 반도체 공장을 확장하는 데 16개월, 새로운 공장을 짓는 데 36개월이 걸린다. 반면 컨테이너 하역, 운송 기자재 부족, 물류센터 마비, 트럭 운전사 부족 등 물류대란의 양상은 올해 초반 진정될 것으로 본다.”

―미국은 지금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얼마나 심각한가.

“‘대퇴직’이라고 불리는 지금의 현상은 분명히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하지만 두 가지 조건이 해결되면 많은 퇴직자가 노동시장에 돌아올 것으로 본다. 첫째, 이들이 정부 보조금과 지출 감소 등으로 팬데믹 기간에 쌓아뒀던 저축을 다 써버렸을 때다. 둘째, 팬데믹이 어느 정도 통제돼 노동자들이 일터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다.”

―팬데믹에서 인류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백신 개발 기술과 병상 마련 등 공공 보건 인프라에 미리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을 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많은 전문가가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을 경고해 왔지만 각국 정부는 거의 대비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첫 번째 대응자(first responder)’로서 정부의 역할이다. 각국 정부는 팬데믹에 맞서 엄청나게 많은 돈을 시장에 공급하는 등 전례 없는 대응에 나섰다.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민간 부문, 즉 시장이 자원 배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번 팬데믹은 어떤 환경에서 그것이 사실이 아닐 수 있음을 알려줬다.

세 번째 교훈은 국제 협력의 중요성이다. 이 부분은 아직도 각국 정부가 배워야 할 게 많다. 개발도상국을 위한 백신 공급에 아직도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탄소배출을 줄일 방법이 있나.

“각국 정부는 ‘탄소 포집’(carbon capture·탄소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 등 신기술에 많이 투자해야 한다. 탄소세(稅)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일은 특정 국가가 혼자 나설 수 없기에 국제적 합의가 필요하다.”

―빈부격차에 대한 해법은 무엇인가.

“교육이다. 특정 개인이나 기업이 자기 지위를 공고화하기 위해 재력, 경쟁우위, 정치적 수단 등을 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팬데믹의 충격을 크게 받은 개발도상국의 생활수준 개선은 큰 차질을 빚었다. 원격 수업 기술이 발전되지 않은 곳은 인적 자본도 상실했다. 또 많은 나라가 올해 부채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선진국은 대외 원조와 시장 개방 등을 통해 개발도상국을 더 많이 도와야 한다.”

―가상화폐는 어떻게 될까.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는 내재적 가치가 없다고 본다. 비트코인이 10년 후에도 살아남을지 회의적이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만들어내기 쉽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후계자는 또 나타날 것이다. (미국 달러화에 가격을 연동한) ‘테더’ 같은 안정적 코인은 더 오래 버틸 수 있겠지만 이런 코인들도 당국 규제에 적응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배리 아이컨그린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경제학 교수(70)는 국제금융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2011년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선정한 ‘세계 사상가 100인’ 중 한 명으로 뽑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79년 예일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자문위원, 전미경제연구소(NBER) 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UC버클리 한국학연구소의 전임 교수를 맡고 있다. ‘한국 경제―기적의 과거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로’, ‘달러 제국의 몰락’, ‘황금 족쇄(금본위제와 대공황)’ 등을 집필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중국경제#미국수출#아이컨그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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