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중현]日 100세 정년

박중현 논설위원 입력 2021-10-16 03:00수정 2021-10-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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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가전양판점 노지마는 지난해 7월 직원들이 65세 정년 이후에 1년 단위로 재계약하며 80세까지 비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정년 제도를 바꿨다. 하지만 “더 오래 일하고 싶다”는 요청이 쏟아지자 이번 달부터 아예 80세 상한을 없앴다. 환갑은 물론이고 칠순, 팔순, 구순 잔치를 사무실에서 회사 동료들과 함께 여는 일이 많아지게 됐다.

▷100세 이상 인구만 8만6000명이나 되는 초고령사회 일본은 100세 시대를 넘어 ‘100세 정년 시대’를 향하고 있다. 노지마 직원 3000여 명은 건강만 받쳐 준다면 100세가 돼도 하루 5시간, 주 4일 일하고 월 12만 엔(약 124만5000원)을 받는 비정규직 시니어 직원으로 매장에서 전자제품을 팔 수 있다. 올해 4월 세계 최대 지퍼 제조업체 YKK그룹이 65세 정년을 없애는 등 ‘정년 70세’를 권장하는 일본 정부의 정책에 호응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50대까지 일하는 것도 과하다고 생각하는 파이어(FIRE)족들에게 100세 정년은 상상하기도 끔찍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 자립, 조기 퇴직(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을 달성해 30, 40대에 퇴직하고 여생을 즐기기만 하면서 보내기에 ‘인생 100세’는 너무 길다는 게 문제다. 취업플랫폼 사람인의 여론조사에서 ‘정년 후에도 일하고 싶다’는 비율은 50대 이상(94.8%)에서 제일 높았지만 40대(89%), 30대(86%), 20대(78%) 등 모든 연령층이 정년 후에도 더 일하길 원했고 선호하는 은퇴 연령은 평균 72.5세였다.

▷퇴직 후 한국인의 주요 선택지 중 하나였던 자영업 사장님의 길도 점점 험난해지고 있다. 자영업은 망하거나 본인이 스스로 사업을 접기 전에는 은퇴가 없다는 게 최대 장점이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란 정책 리스크, 코로나19 사태라는 대형 천재지변을 겪으면서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최저로 떨어진 근로자 중 자영업 취업자 비율도 당분간 늘어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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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일본보다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은퇴자의 고용 연장, 현재 60세인 법정 정년 연장 등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을 겪는 청년층 표심을 자극할까 봐 정부와 정치권이 본격적인 공론화를 꺼리기 때문이다. 이 중 고용연장은 은퇴와 국민연금 수령 개시 시점 사이에 끼어 있는 소득절벽의 충격을 줄이고,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늦춰 미래세대 부담을 덜어줄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다. 내년 3월 선출될 차기 대통령에게 취임 초부터 맞닥뜨릴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일본#100세 정년#파이어족#경제적 자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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