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창업경연대회] 성남산업진흥원, '유망한 스타트업 발굴' 위한 창업경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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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8월 19일 15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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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면서 일상의 불편을 만난다. ‘왜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돈을 내야 할까?’처럼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편함을 참지만, 소수의 혁신가는 불편함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무료 문자 메시지’ 같은 해결 방법을 내놓는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느끼지 않는 것, 그게 혁신의 출발이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진 아이디어조차도 대부분 구체화 과정에서 실패하고 만다. 혁신을 만들려면 단순히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게 있기 때문이다. 바로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이다. 스타트업의 성지인 실리콘밸리를 보면, 아이디어를 만드는 괴짜, 이들을 배출하는 스탠퍼드대, 기업의 싹을 알아보고 성장을 돕는 밴처캐피털(VC) 이 삼박자가 어우러지는 생태계가 조성될 때 아이디어가 혁신으로 구현된다는 걸 알 수 있다.

한국 역시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노력을 쉬지 않았다. ‘기업인이 뽑은 가장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도시’ ‘전국 50만 명 이상의 기초도시 중 벤처기업 1위’로 꼽히는 성남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성남시가 지방자치단체로서 최초로 설립한 ‘성남산업진흥원’은 지난 20년 동안 약 3,171억 원(기업지원금 2,056억 원)을 투입해 비상한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게끔 지원하며,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협업 체계를 갖춰왔다.

일례로, 성남산업진흥원은 사무공간이 필요한 스타트업을 위해서, 킨스타워·제 1 비즈니스센터·성남창업센터 정글온 등 총 13개의 센터와 입주공간 약 213개를 운영해 기업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사무공간도 함께 제공한다. 덕분에 현재 약 6만 6천여 개의 기업과 46만여 명의 근로자가 성남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성남에서 창업을 한 벤처기업만 1,600여 곳에 달한다.

유망 스타트업 발굴, 성남창업경연대회

2021 성남 창업경연대회 포스터
2021 성남 창업경연대회 포스터

또한, 성남산업진흥원은 우수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직접 나서왔다. 2003년부터 창업기업을 지원하며 경쟁력 있는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온 성남창업경연대회가 올해로 19회차를 맞이했다. 현재까지 참여한 기업들은 누계로 218개다. 올해는 생활혁신, AI(인공지능), IoT, 빅데이터 등 혁신창업분야에서 지난 2월부터 참가팀을 모집했다. 사업의 타당성, 창업 아이템의 혁신성, 경쟁력, 시장판매전략 및 마케팅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으며, 총 8개 팀이 본선에 진출했다.


본선 진출 팀은 성남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하는 기회를 얻게 되며, 최대 7백만 원까지 시드머니 지원받는다. 입주 후에는 교육, 멘토링, 투자유치 지원 등 맞춤 지원을 통해 스케일업(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규모를 키우는 것)을 위한 액셀러레이팅(신생기업 지원) 프로그램도 지원받게 된다. 그리고 5~6개월간 수행한 초기 사업화를 기준으로, 기업별로 해당 기간에 성장한 정도와 발전 가능성을 검토해 총 6개사를 다시 선정한다(대상/최우수상/우수상). 성남산업진흥원은 이들에게 1,000만 원~3,000만 원까지의 후속지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본선 진출 팀은 8월 11일·12일 동안 지난 회차의 수상 기업으로부터 대면/비대면 방식으로 멘토링을 받으며 관계를 쌓을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본선 진출 팀은 플라잎·한국주택정보·지랩·스트릭·이지태스크·제이제이케이·어썸랩·페스타 총 8개 기업이다. 선배 기업 중에선 19년도 수상 기업인 소이넷·에타일렉트로닉스·부름파트너스와 20년도 수상 기업인 리얼디자인테크·마이플래닛·레이지버드·더바통 등이 참여했다. 본지에선 11일 참여 기업인 플라잎·한국주택정보·지랩·스트릭에 대해 취재를 진행했다.

1.플라잎
비대면으로 진행한 멘토링, 좌-소이넷 박정우 공동대표 우-플라잎 정태영 대표, 출처=IT동아
비대면으로 진행한 멘토링, 좌-소이넷 박정우 공동대표 우-플라잎 정태영 대표, 출처=IT동아


플라잎(대표 정태영)은 산업 및 협동 로봇에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울 수 있는 ‘딥러닝(인공신경망)’과 시행착오를 통해 최적의 결과를 내는 방식을 찾는 ‘강화학습’을 적용하는 소프트웨어(이하 SW)를 만든다. 제조 현장에선 제품을 더 빠르고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한데, 엔지니어나 오퍼레이터 없이 로봇이 최적의 경로를 찾아내 제조 시간을 단축하도록 돕는 SW이다.

해외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위해서, 플라잎은 ‘AI 오토튜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로봇 출하 시 각 관절이 잘 동작할 수 있도록 튜닝해야 하는데, 제품 무게 변경 및 기계 노후화 등에서 로봇이 오토튜닝을 하게끔 강화학습을 적용하는 것이다. ‘AI 직접교시’ 기술도 개발 중이다. 로봇을 티칭(로봇 동작 프로그램)할 때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은 티칭 펜던트(로봇 조정기)를 사용하지 못한다. 티칭 펜던트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플라잎은 협동로봇에서 쓰는 직접교시(물리적 힘으로 로봇 관절을 조절)를 산업용 로봇에도 적용하고, 직접교시가 잘 동작하도록 인공신경망을 적용한다. 특히, AI를 학습시키기 위해서 데이터 셋을 만드는 게 큰 고민거리인데, 로봇이 전문가의 행동을 모방하여 동작하는 모방학습도 개발하고 있다.

플라잎의 멘토인 19년도 수상기업 소이넷(대표 박정우)은 메모리를 적게 차지하면서 인공지능 처리 속도를 높이는 가속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소이넷 대표는 “로봇의 인공지능은 운영시 실시간 처리가 필요한데, 초고속·초경량 AI 프레임워크인 SoyNet을 사용할 경우, 로봇에서 인공지능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조언을 했다.

이들은 성남산업진흥원 경연대회의 장점을 스타트업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입주공간’ 등의 물적지원으로 꼽았다. 소이넷 대표는 성남산업진흥원 경연대회에서 얻은 수상 타이틀은 투자유치에 도움이 되는 경력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2.한국주택정보
한국주택정보와 레이지버드의 멘토링 현장,출처=IT동아
한국주택정보와 레이지버드의 멘토링 현장,출처=IT동아


한국주택정보는 주택관리 위탁 사업을 진행하면서, 공동주택의 관리비 조회 및 결제 프로그램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한국주택정보의 멘토는 19년도 수상기업인 레이지버드였다. 레이지버드는 의료 영상 처리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스타트업이 초기 성장 단계에서 마주하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를 논했다. 레이지버드의 대표는 “IR(기업설명) 피칭에서 ‘이걸 누가 쓰겠어?’ 같은 질문이 올 때 순발력 있는 답이 중요하다. ‘우리는 한국 시장의 몇 프로를 타깃으로 삼았다’와 같은 명확한 시장조사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했다.

이들은 성남산업진흥원의 장점을 ‘멘토링’과 ‘물적지원’이라고 말했다. 사업을 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게끔, 업계 상황이나 다양한 이슈를 환기하는 멘토링이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또한, 지원 규모가 크고, 센터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수상경력이 어디서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3.지랩
비대면으로 진행한 멘토링, 좌- 에타일렉트로닉스 남정용 대표 우-지랩 이정근 대표, 출처=IT동아
비대면으로 진행한 멘토링, 좌- 에타일렉트로닉스 남정용 대표 우-지랩 이정근 대표, 출처=IT동아


지랩(대표 이정근)은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산업용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를 통해 실제 사물과 완전히 동일한 가상의 사물 모델을 컴퓨터에 표현하여, 가상 시뮬레이션을 가능케 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기술을 목표로 한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함으로써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을 위해선 우선 데이터를 시각화할 수 있어야 한다.

지랩의 멘토이자 19년도 수상기업인 에타일렉트로닉스(대표 남정용)는 비접촉 방식으로 다수의 기기를 무선충전하는 등의 무선충전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에타일렉트로닉스의 대표는 “스케일업이 오기 전부터 준비를 잘해야 한다. 스케일업을 해야 하는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오기 때문에, 투자유치·인력구성·시스템 정비 등에서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조언을 건넸다.

이들은 성남산업진흥원의 강점을 “산업진흥원 내부에서 진행하는 네트워킹과 멘토링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산업진흥원의 인프라가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지랩의 대표는 “성남산업진흥원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체계가 정말 잘 잡혀 있고, 지원 프로그램도 다양하다”고 강조했다.

4.스트릭
비대면으로 진행한 멘토링, 좌= 스트릭 오환경 대표 우-리얼디자인테크 이중식 대표, 출처=IT동아
비대면으로 진행한 멘토링, 좌= 스트릭 오환경 대표 우-리얼디자인테크 이중식 대표, 출처=IT동아


스트릭(대표 오환경)은 미세전류, 진동으로 근육통을 완화하는 마사지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지난해부터 제품을 출시했으며, 올해는 보급형 제품으로 저변을 넓힐 계획이다. 통증 유발점을 확인할 수 있으며, 통증 민감도를 측정해 제품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법을 알려주는 앱도 개발 중이다. 스트릭의 멘토로 20년도 수상기업인 리얼디자인테크(대표 이중식)는 실내 자전거 위에 얹혀 사이클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기 ‘얼티레이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제조기업이 어떻게 투자를 잘 유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리얼디자인테크의 대표는 “마사지기의 효과를 실증할 수 있는 임상을 통해서, 수치를 근거로 들면 좀 더 효율적인 IR을 할 수 있다”고 조언을 건넸다.

제조단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개발할 제품의 생산단가가 높으면, 양산 과정에서 자본이 부족할 수 있으므로 생산단가를 적정선으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트릭의 대표는 “문제가 발생해도 설계를 바꿀 때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양산을 들어가기 전에 충분한 테스트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성남산업진흥원에 대해 “사업을 진행하면서 놓칠 수 있는 작은 부분도 지원을 잘해준다. 스타트업이 사업을 시작하기에 좋은 토대가 될 수 있다”며 “타 기관보다 사업지원 범위가 넓으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업이 많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의 '조언가이자 도우미' 성남산업진흥원


창업을 꿈꾸는 이들은 사업을 시작하고 그 이후의 모든 과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한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 맞는지 매번 불확실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성남산업진흥원은 이들을 위해서 더 나은 환경과 인프라, 비슷한 문제 해결을 시도한 스타트업의 경험을 전수받을 수 있는 멘토링 기회 등을 제공해왔다. 덕분에 많은 ‘아이디어'가 생각에 멈추지 않고, 실행으로 옮겨졌다. 앞으로도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성남산업진흥원의 노력이 계속되길 기대한다.

동아닷컴 IT전문 정연호 기자 hor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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