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상징이 된 조각[이은화의 미술시간]〈173〉

이은화 미술평론가 입력 2021-07-29 03:00수정 2021-07-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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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론 ‘원반 던지는 사람’ 로마시대 복제품, 기원전 5세기경.
기원전 5세기에 활동했던 미론은 당대 최고의 조각가였다. 그는 운동선수 조각상으로 유명했는데, 특히 ‘원반 던지는 사람’은 그리스 시대 미술의 걸작이자 올림픽의 상징적 이미지로 여겨진다. 궁금해진다. 미론은 왜 하필 원반던지기 선수를 선택한 걸까? 고대 올림픽 선수들은 진짜 나체로 경기에 참여했던 걸까?

미론의 청동 조각 원본은 소실됐기 때문에 우리는 로마시대 복제품들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1세기경 제작된 이 대리석 복제품은 나체의 젊은 남자가 회전력을 이용해 무거운 원반을 막 던지려는 순간을 보여준다. 청년은 앞으로 굽힌 상체를 옆으로 틀면서 오른팔을 뒤로 힘껏 젖혔다. 오른 다리에 중심을 두고 왼 다리를 뒤로 살짝 뺀 채 감정을 억제하려는 듯 얼굴은 무표정하다. 이 자세가 너무나 완벽해 보였기에 후대의 많은 선수들이 따라 하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효율적이지도 않았다. 선수의 실제 경기 자세를 보여주려 제작된 게 아니라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미론의 조각은 뛰어난 운동감의 표현뿐 아니라 비례와 균형, 조화라는 그리스적 이상을 담아냈기에 찬사를 받는다.

원반던지기는 고대 올림픽에서 펜타슬론이라 불린 5종 경기 중 첫 번째 종목이었다. 조각가는 훈련으로 단련된 선수의 몸을 이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종목을 고민했을 테고, S자 곡선을 만들 수 있는 원반던지기 포즈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고대 올림픽은 여러모로 지금과 달랐다. 신에게 바치는 제의식의 일환이었고, 선수들은 명문가 자제들로 모두 나체로 경기에 임했다. 여성은 관전조차 금지됐다. 반칙하면 사형당할 정도로 규칙도 엄격했다. 그 대신 승자는 큰 명예를 얻을 수 있었기에 자신의 조각상을 유명 조각가에게 의뢰해 영원히 보존하고자 했다. 미론의 조각이 올림픽의 상징이 된 건 성실한 훈련으로 단련된 아름다운 몸과 뛰어난 정신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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