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軍방탄조끼 6만벌 반년째 납품 차질… 시제품 합격뒤 미달 제품 만든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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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요구한 ‘검사 기준’ 충족 못해
업체, 되레 “기준 높아 납품못해” 주장
보급 예정 물량의 96%… 237억어치

육군훈련소 현장점검 나선 서욱 장관.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 사진=뉴시스
육군훈련소 현장점검 나선 서욱 장관.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 사진=뉴시스
지난해 군 장병들에게 지급됐어야 할 방탄조끼의 약 96%인 6만여 벌이 납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품 검사에서 국방부가 요구한 ‘유연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자 제조업체가 오히려 “납품을 못 하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 업체들이 시제품만 기준을 충족시켜 계약을 따낸 뒤 실제 생산 과정에서 비용을 낮추려 기준에 미달되는 제품을 납품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2023년까지 육군 전 장병과 공군 해군 해병대 일부 장병들에게 방탄조끼를 지급하겠다는 군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14일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에 따르면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3개 업체와 방탄조끼 6만4075벌의 납품 계약을 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업체 1곳에서 생산한 2647벌만 납품 기일인 지난해 12월 29일까지 군에 넘겨졌다. 나머지 6만1428벌(95.8%)은 현재까지도 반년 넘게 납품되지 못하고 있다. 납품되지 않은 방탄조끼는 약 237억 원어치다. 군용 방탄조끼는 특대형, 대형, 중형으로 구분된다.

이는 업체가 생산한 방탄조끼가 납품을 위한 최초 생산품 검사에서 국방부가 제시한 방탄 성능, 원단 품질 등 작전요구성능(ROC) 항목 중 ‘유연성’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탄조끼는 단단하기만 하면 사격 등 작전 수행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잘 휘는 ‘유연성’이 필수적이다. 국방부에서 요구한 유연성은 75PSI(압력의 단위) 이하이지만 실제 제품은 100PSI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해당 업체들은 납품 계약을 진행하기 전 사전 시제품 검사에선 모두 국방부가 제시한 계약 요구 조건을 충족했다. 시제품 1벌로 평가를 받는 현 군 납품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시제품만 성능에 맞는 조끼로 검사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업체 측은 당초 국방부가 계약할 때 요구한 방탄조끼 성능 기준이 너무 높다며 납품이 어렵다는 입장을 당국에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육군(33만1506벌), 해군(5331벌), 공군(7800벌), 해병대(2만4540벌) 장병들에게 방탄조끼를 지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납품 지연 사태를 포함해 육군의 경우 보급되지 않은 방탄조끼가 10만4973벌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일선 부대에선 방탄조끼 없이 훈련을 하는 장병들도 상당수라고 한다. 윤 의원은 “업체의 불량한 군납 태도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軍방탄조끼#6만벌#납품 차질#미달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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