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公人으로 권리 누려놓고 책임질 때는 私人이라는 박영수

동아일보 입력 2021-07-15 00:00수정 2021-07-1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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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그제 국민권익위원회에 자신은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박 전 특검은 가짜 수산업자 김모 씨에게서 포르셰 차량을 제공받았고 3개월 뒤에 렌트비를 줬다고 주장하지만 금품을 나중에 돌려줬더라도 범죄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에 경찰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을 검토하면서 권익위에 박 전 특검이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인지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그러자 박 전 특검은 자신은 사인(私人)이므로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에 해당하지 않는 단체나 개인이 권한을 위임·위탁받아 공무를 담당하는 경우 공무수행 사인으로 분류해 해당 공무와 관련한 금품수수만 처벌한다. 학교운영위원회 민간위원처럼 자기 업무를 하면서 공무를 겸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특검은 공무에 전념하도록 하기 위해 겸직을 금지했고, 대통령이 임명과 해임을 하는 등 공직자로서의 성격이 훨씬 강하다.

더욱이 특검법에는 “특검은 형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벌칙을 적용할 때에는 공무원으로 본다”고 명시돼 있다. 박 전 특검은 2016년 12월 이후 4년 반 동안 고검장급 보수와 대우를 받았고, 특검보와 파견검사를 지휘하는 등 권리와 권한을 행사해왔다. 사립학교나 유치원, 언론사 임직원 등에도 적용되는 청탁금지법이 세금으로 봉급을 받고 국정농단 사건 관련자들을 수사·기소한 박 전 특검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수긍할 국민이 있겠나.

박 전 특검은 사기범과 어울리면서 고급 외제차를 제공받고 후배 검사를 소개시켜 주는 등 가벼운 처신으로 특검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켰다. 그런데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실망스럽다. 경찰은 박 전 특검의 청탁금지법 위반은 물론 김 씨의 사기 범죄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뒤에야 박 전 특검이 렌트비를 지급한 경위 등 제기된 의혹들도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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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박명수#책임#국정농단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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