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저스처럼 세계관 통합하는 콘텐츠 업계…IP 파급력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4일 14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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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제작사 플레이리스트가 10일 공개한 ‘플렌즈’에서는 플레이리스트의 웹드라마 ‘이런 꽃 같은 엔딩’의 주인공인 레반컴퍼니 인사팀 대리 유현수와 또 다른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의 서연대학교 동기 이현승, 한재인, 김민우가 한 장면에 출연한다. 각기 다른 작품에서 동시대를 살아온 이들은 재인이 졸업 후 현수가 일하던 레반컴퍼니에 입사하면서 다함께 인연을 맺는다. 재인과 현수가 함께 취업설명회를 위해 서연대를 방문하고, 지원한 회사의 최종면접에서 낙방한 현승이 민우와 함께 취업설명회에 가면서다. 플레이리스트의 대표 웹드라마 주인공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서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공개 나흘 만에 79만 회를 기록했다.

플렌즈는 플레이리스트가 자사 웹드라마에 ‘플리버스’(플레이리스트 유니버스)라는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맛보기로 공개한 영상이다. 플렌즈를 선보이기 전부터 각 드라마의 배경이 됐던 서연고, 서연대, 레반컴퍼니, 카페 리필 등을 정리한 지도인 ‘플리버스 맵’, 각 캐릭터들의 소속과 나이, 등장 드라마를 정리한 프로필을 SNS에 공개하면서 ‘세계관 정리 작업’을 진행해왔다.

강명희 플레이리스트 마케팅총괄은 “세계관 통합이 플레이리스트 콘텐츠에 대한 대중들의 로열티를 높일 수 있는 부분이라고 판단했다. 기존에는 드라마 안에서만 존재했던 세계관을 ‘플리버스’라는 컨셉을 도입함으로서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고, 이를 향후 신작들에도 모두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플레이리스트 세계관은 ‘하이퍼 리얼리즘’을 추구한다. 서연고, 서연대 외에도 연리대, 외경대 등 주변 학교들도 설정돼 있고 버스정류장까지도 설정했다. 가상의 장소들이지만 현실에 있을 법한 곳들로 설정해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플레이리스트의 움직은 최근 콘텐츠 업계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기존의 세계관 확장 사례는 인기를 끈 IP(지식재산권)의 이전 시점을 보여주는 프리퀄이나 이후 시점을 배경으로 한 시퀄, 또는 인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핀오프 등이 주를 이뤘다. 하나의 이야기 또는 캐릭터 IP를 다방면으로 활용하는 방식의 세계관 확장이었던 셈이다. 이제는 그 수준을 넘어 한 제작사가 만드는 모든 작품을 포괄하는 세계관을 구축하고, 해당 세계관을 적용해 신작을 선보이는 식으로 변주가 일어나고 있다.

콘텐츠 제작사들이 거대한 세계관을 만들고 그 안에 자사 작품들을 통합시키려는 이유는 IP의 파급력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모든 영화와 드라마가 속한 세계관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세계관 마케팅으로 꼽힌다. 마블 스튜디오는 마블 우주가 탄생한 기원전 138억년 경부터 시작해 현대인 2020년, 지구가 멸망한 시점인 2090년대까지의 시기에 지구와 다른 천체, 가상현실까지 거대한 시공간을 세밀하게 구성해 마블의 모든 이야기가 펼쳐지는 세계를 구축했다. 마블의 히어로 중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토르, 블랙 위도우 등이 힘을 합친 ‘어벤저스’는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각 히어로의 팬들은 ‘최애캐’(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를 보기 위해, 혹은 최애캐가 다른 캐릭터와 만들어내는 관계성을 보기 위해 작품을 찾으면서 각 IP의 생명력이 유지되는 것이다.

웹툰 제작사인 와이랩 역시 이러한 세계관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와이랩은 2015년부터 ‘슈퍼스트링’이라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16개의 작품을 선보였다. 슈퍼스트링은 목성이 내행성 궤도로 접근해 지구로 와 인류가 멸망의 위기에 처한 현대가 배경이다. 대한그룹의 회장 원미호가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능력자들과 멸망의 배후와 전쟁을 치른다. 와이랩은 마블의 어벤저스처럼 각 웹툰의 등장인물들이 한 작품에서 함께 등장하는 IP의 확장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테러맨’과 ‘부활남’의 주인공인 민정우와 석환이 대결구도를 형성하는 웹툰 ‘테러 대 부활’을 만들었고, 올해 하반기 연재를 목표로 ‘아일랜드’ ‘테러맨’ ‘신석기녀’의 여성 캐릭터들을 한데 모은 ‘더 퀸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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