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피로 물든 바다, 알고 보니…끔찍한 전통 탓?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1-07-12 21:30수정 2021-07-1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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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학살 VS 오래된 전통
해변에 널브러진 수백 마리의 돌쇠고래. 국제 비영리조직 ‘시 셰퍼드(Sea Shepherd)’
대서양 북부에 위치한 페로제도 해변에서 수백 마리의 돌쇠고래(pilot whale)가 피투성이로 죽임을 당한 채 발견됐다. 매년 열리는 고래 사냥 축제로 인해 벌어진 일로 충격을 주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미러에 따르면 해양 동물 보호에 앞장서온 국제 비영리조직 ‘시 셰퍼드(Sea Shepherd Conservation Society)’는 당시 고래 175마리가 작살과 칼로 여러 차례 찔려 도살된 가운데 처참히 해변에 널브러져 있었다고 밝혔다. 그중에는 새끼를 밴 암컷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페로제도의 뵈우르(Bøur)와 토르스하운(Tórshavn) 해변에서는 매년 7~8월에 ‘그라인다드랍(grindadráp)’이라는 고래 사냥 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는 데조의 척박한 환경과 주민들의 식생활에서 비롯된 것으로 1000년 전부터 이어진 전통이다.

축제는 여러 척의 어선이 들쇠고래를 바닷가로 모는 것을 시작으로 뭍으로 끌어낸다. 이어 해변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작살과 칼을 이용해 도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후 고래 고기는 축제에 참여한 주민들에게 나눠주며, 식품 및 동물성 기름 제품 생산에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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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단체 측 “축제가 아닌 야만적인 학살”
수백 마리의 돌쇠고래의 피로 물든 페로제도 해변. 국제 비영리조직 ‘시 셰퍼드(Sea Shepherd)’


해양 동물 보호 단체 ‘시 셰퍼드’ 관계자는 “더 이상 먹을 것이 부족하지 않은 섬에서 이 축제는 마땅히 없어져야 한다”라며 “축제가 아닌 야만적인 학살”이라고 비판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도살된 해양 동물만 총 585마리로 돌쇠고래 539마리, 대서양흰돌고래 35마리, 병코고래 11마리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7년 5월 30일 덴마크 코펜하겐 항구에서 페로제도의 고래 사냥을 항의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된 바 있다. 당시 항구의 상징인 인어공주 조각상에 고래의 붉은 피를 상징하는 빨간색 페인트가 칠해졌다.

페로제도 정부 “일정 어획량 두고 진행한 전통”


반면 페로제도 정부는 고래 사냥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고래 사냥은 오랜 풍습”이라며 “주민들은 일정 어획량을 두고 사냥하는 것”이라고 두둔했다.

이어 “고래잡이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 도살 과정에 참여한다”라며 무분별한 사냥이 아닌 오래된 전통이라고 명시했다.

다만 비판이 거듭되자 페로 정부는 고래 학살에 대한 세부 규정을 마련해 놓았다. 방침에 따르면 고래 사냥 시 작살이나 창, 총포류 등은 사용할 수 없다. 밧줄에 매단 갈고리는 허용된다. 보다 ‘인도적인 도살’을 하기 위한 취지다.

이렇듯 페로제도의 ‘고래 사냥’은 현지인들과 환경 단체 간의 끊임없는 논쟁이 되고 있다. 앞으로 더 인도적인 방법으로 고래 잡이를 지속할 것인지, 어획량을 줄일 것인지 등 구체적인 방안은 논의 중이다.

한편 고래 사냥은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에서도 매년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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