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진의 경매 따라잡기]특수물건, 法지식 있다면 ‘고위험 고수익’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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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가 높은 용인 밭 유찰 거듭 돼 낙찰 받아도 소유권 뺏길 위험
내막 따져본뒤 말소소송 진행해
대법 계류 중 땅값 뛰며 매수 들어와
12억에 낙찰받은 땅 45억에 매각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요즘 부동산시장이 과열되다 보니 경매 입찰 경쟁률도 높아지고 있다. 이럴 때 주목받는 것이 법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특수물건이다. 특수물건의 경우 몇 번이고 유찰을 거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법적인 문제를 해결할 방법과 지식만 있다면 높은 수익을 얻을 방법이 있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동천 택지개발지구에서 몇 년 전에 밭(田) 2377m²(약 719평)가 경매에 나왔다. 당장은 투자 가치가 낮은 밭이었지만,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땅이었다. 감정가는 36억여 원. 무려 5번의 유찰을 거쳐 최저가가 11억8000만 원으로 떨어져 있었다.

가치가 높은 땅이 이처럼 유찰을 거듭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매각물건 명세서에 선순위로 설정된 가처분을 인수해야 한다는 공지가 있었다. 가처분이란 소유권 이전 소송이나 말소 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해당 목적물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절차다. 정식 용어는 처분금지가처분이다.

선순위 가처분이 있는 경우 낙찰자가 잔금을 납부해도 추후 가처분권자가 관련 소송에서 승소하면 소유권을 빼앗긴다. 낙찰자보다 가처분권자의 권리가 앞서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물건에는 가처분권자가 관련 소송에서 승소했다는 설명까지 붙어 있었다. 낙찰을 받아도 무조건 소유권을 빼앗기게 되는 매우 위험한 물건이었다.

그러나 포기하기에는 물건 가치가 너무 높았고, 가격이 저렴했다. 특수물건에는 늘 허점이 있기 마련이라는 지론에 따라 그 내막을 꼼꼼히 캐보았다.

가처분이 설정될 당시 이 사건 토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었던 사실에 주목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의 농지라면 거래 허가를 받기가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관할 관청에 문의해 보니 역시 해당 토지는 거래 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법리상 토지거래 허가를 받지 못했다면 매매계약은 무효이다. 대법원 판례 검토 결과, 매매계약이 무효라면 비록 확정판결이 있는 가처분이라도 말소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여러 명이 공동투자를 통해 입찰했고 단독으로 낙찰받았다. 낙찰가는 최저가보다 조금 높은 12억4000만 원이었다. 잔금 납부 후 곧바로 가처분 말소 소송을 진행했다. 앞서 살핀 논리를 주장하여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잔금을 납부한 지 6개월 만에 일궈낸 성과였다. 문제는 대법원이었다. 사안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는지 대법원에서는 쉽게 결론을 내려주지 않았다.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된 지 2년이 지나면서 이 사건 토지가 포함된 지역의 개발이 본격화됐다. 땅값은 애초 감정가의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낙찰가는 12억 원 정도였지만 시세는 80억 원을 호가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공동투자자 내부에서 낮은 가격에라도 팔아버리자는 의견이 나왔다. 때마침 이 물건에 눈독을 들이던 중견 시행사의 매수 요청이 들어왔다. 대법원 판결의 리스크를 감안해 시세보다 현저히 저렴한 45억 원으로 매매가가 정해졌다.

매도 후 3개월이 채 안 된 시점에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왔다. 당초 생각대로 가처분 당시 토지거래 허가가 없었다면 가처분은 무효이고 말소되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3개월을 더 버텼다면 수익률이 두 배가 되었을 아쉬운 순간이었다. 심적인 부담을 이기지 못해 조기에 매각한 것이 큰 수익률 차이를 가져왔지만 12억여 원에 낙찰받아 3년이 채 안 되어 45억 원에 매각했으니 놀라운 수익임은 분명하다.

요즘처럼 경매시장이 과열된 때에는 특수물건에 눈을 돌려볼 만하다. 물론 안전하게 고수익을 내려면 빈틈없는 공부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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