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야독 선배 열정 쏟아부어 인성-창의력 겸한 후배 배출 지원”

정윤철 기자 입력 2021-06-24 03:00수정 2021-06-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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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 전환 10년내 전국 10위권 목표
김효준 덕수고총동창회장
김효준 덕수고총동창회장은 “일반고 전환을 앞둔 덕수고가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학교로 거듭나도록 동문들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덕수고총동창회 제공
“학생들이 덕수고등학교에 인생을 걸어봤으면 좋겠습니다.”

김효준 덕수고총동창회장(64·BMW그룹코리아 고문)은 일반고로 전환하는 모교에 대한 자부심을 이렇게 드러냈다. 지난해 1월 29대 총동창회장으로 취임하고 나서 덕수고 발전 계획을 세운 김 회장은 “인성과 창의력을 지닌 인재를 키워내도록 동문이 똘똘 뭉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덕수고는 1910년 개교한 공립수하동실업보습학교가 전신이다. 1951년 학교명을 덕수상고로 바꾼 뒤 ‘금융사관학교’로 불릴 만큼 많은 금융인을 배출했다. 2007년 인문계열이 생기며 이름을 덕수고로 바꿨다. 내년 3월부터 서울 송파구 거여동 위례신도시로 이전해 일반고로서 학생을 받는다. 최근 서울 종로구 개인 사무실에서 만난 김 회장은 “국적은 바꿔도 학적(學籍)은 못 바꾼다지 않느냐”며 “4만3000여 동문을 대표하는 총동창회장으로서 많은 가르침을 준 학교에 진 빚을 갚을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후배 위해 발 벗고 나선 선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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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고총동창회와 덕수장학재단은 지난달 7일 덕수고 발전 계획 실행을 위해 10년간 총 30억 원을 지원하는 양해각서를 덕수고와 체결했다. ‘10 in 10 Project(텐 인 텐 프로젝트)’로 불리는 발전 계획은 김 회장이 추진한 주요 프로젝트로 일반고 전환 10년 안에 전국 10위 안에 드는 학교가 목표다.

전국 10위라는 기준은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진학률’이 아니다. 김 회장은 “학생들이 입학하고 싶은 학교, 학부모가 자녀를 보내고 싶은 학교로 전국 10위 안에 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교 선택제’에 따라 위례신도시 밖 학생도 정원의 20%까지 입학할 수 있다.

총동창회는 발전 계획에 따라 각각 인문, 과학 교육프로그램인 덕수인재아카데미, 노벨과학반 운영과 학교시설 보수, 확충도 지원한다. 독일 및 영어권 고교와 자매결연해 학생들이 글로벌 시각을 갖추게 할 생각이다. 김 회장은 “덕수고 학생들이 외국 고교생들과 화상으로 토론하거나 교환학생으로 다녀오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교육에 몸담았던 동문들의 노하우와 아이디어가 집약된 발전계획 실행을 위해 총동창회는 기금을 모았다. 김 회장은 “기금 모금 소식을 알린 지 4개월 만에 목표액 20억 원을 모았다. 동문의 모교 사랑을 느꼈다”고 했다. 덕수장학재단도 10억 원을 내놓았다. 위례신도시와의 상생을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개선되면 마라톤 대회를 열 계획이다. 또 교내 100주년 기념관도 지역 사회에 개방할 방침이다.

세계를 향하는 덕수인


덕수고 출신 인재들은 한국 사회 곳곳에 발자취를 남겼다.

경제계에는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 반장식 한국조폐공사 사장, 이삼걸 강원랜드 대표이사,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등이 있다. 덕수고 동문 5000명이 금융계에서 일하면서 전국 은행 지점장만 2000명이던 때도 있었다.

정관계의 고 이종남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용득 전 국회의원 등과 법조계의 조재연 대법관, 허익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특별검사 등을 꼽을 수 있다. 동문들은 2007년부터 매달 사회 저명인사를 초빙해 ‘덕수포럼’을 열어 친목을 다지고 있다.

김 회장은 “30∼40년 전만 해도 머리는 좋지만 가난한 학생들이 주경야독하면서도 학교의 튼실한 가르침 속에서 올바른 인성을 갖추며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표적 인물이 김 회장의 1975년 졸업 동기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다. 11세 때 아버지를 잃고 청계천 판잣집을 전전한 김 전 부총리는 모교를 졸업하고 은행에 들어갔다. 야간대학(국제대)을 다니면서 1982년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김 회장은 “나도 고교 1학년 때 중학 3학년생 13명을 가르치며 나와 동생 넷의 학비를 댔다”며 “어려워도 노력했던 ‘덕수인’의 힘을 후배들이 물려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덕수고 특성화계열 학생은 2024년 2월까지 순차 졸업한다. 그때가 되면 상업고로서의 역할은 마무리된다. 올해까지 총동창회장을 맡는 김 회장은 모교와 상업교육의 이별을 멋지게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회장과 동문 30여 개 기업은 특성화계열 후배들의 취업을 위해 2019년과 지난해 ‘동문 기업 취업 박람회’를 열었다. 당시 박람회장에서 한 학부모가 김 회장의 손을 잡으며 “후배를 위해 이렇게 도움을 주는 동문들을 본 적이 없다”며 고마워했다. 뿌듯한 순간이었다.

1995년 상무이사로 BMW그룹코리아에 입사해 대표이사 회장까지 지낸 그는 “오랜 직장 생활을 통해 남이 보지 않는 것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리더임을 깨달았다”며 “후배들이 창조적 리더십과 인성을 갖춘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에듀플러스#동창회#덕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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