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돌봄 걱정 없어요” 담임교사가 소규모 그룹 지도

이소정 기자 입력 2021-06-17 03:00수정 2021-06-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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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미성초 ‘무지개교실’ 주목
담임교사가 직접 수업 제안… 공부 자신감 부족했던 아이들
소규모 교실서 학업 성취 경험… 교내 기초학력 다중지원팀 구성
교사가 지도에만 전념하게 지원… 2년 만에 12개 학급으로 확대
서울 미성초는 2019년부터 담임교사가 반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지도하는 ‘무지개교실’을 운영해 오고 있다. 무지개교실은 2021학년도 1학기 기준 12개 학급 44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쌤∼. 5번 다시 한 번만 들려주세요.”

15일 오후 1시 서울 관악구 미성초등학교 4학년 무지개(기초학력)교실. 한 학생이 영어 향상도 듣기 평가를 진행하고 있던 조현애 교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날 아이들은 기초학력 향상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에서 제공되는 자료로 영어 듣기 평가를 하고 있었다.

조 교사는 “아이들이 처음 무지개교실에 왔을 때만 해도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없고 의사 표현도 위축된 경우가 많았다”며 “소규모 교실에서 함께하며 성취 경험도 생기고 자신감도 얻으면서 표정이 밝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부터 이른바 ‘퐁당퐁당’ 등교가 이어지면서 기초학력 저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담임교사들이 직접 반 아이들의 학력과 돌봄까지 책임지고 있는 공립 미성초의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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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이 책임지는 기초학력

무지개교실은 담임교사가 자기 반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지원하는 미성초만의 프로그램이다. 2019년 이 학교 조현애 교사가 제안하면서 처음 시작됐다.

“그해 여름에 담당하던 반에 결손가정 학생이 있었거든요. 방학 때 그대로 뒀다간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교장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방학 중에는 수당 문제로 외부 강사가 아이를 돌볼 수 없다며 담임이 돌보면 어떻겠냐고 하시더라고요. ‘해 보겠다’고 했죠.”

조 교사는 “흐름을 놓친 아이들이 방학 때 방치되다 개학해서 오면 정말 적응을 못 한다”며 “학업도 그렇고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도 학교가 재미없어지면 안 되기에 직접 나섰다”고 말했다.

한 반으로 시작한 무지개교실은 그해 겨울 점진적으로 확산됐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교사들이 하나둘 참여하면서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진행되면서 기초학력 지원에 나서는 교사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실시간 쌍방향으로 수업을 해도 아이들이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는 게 느껴졌어요. 다 한 줄 알았는데 나와서 숙제 검사를 해보면 수학 익힘책이 텅 비어 있고, 다 배운 내용인데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였고요.”(정현주 교사)

이에 미성초는 올해부터 교사들이 기초학력 지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교장, 교감, 보건교사 등으로 구성된 기초학력 다중지원팀을 꾸리고 체계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다중지원팀은 무지개교실 교사들이 필요로 하는 문제집이나 간식 등 물품을 구비해 지원한다. 또 학생들의 심리, 난독, 경계선 지능 등 일선 교사들이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 해결에도 나선다.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상담 지원이나 센터에 연계하는 역할도 맡는다.

○돌봄까지 챙기는 무지개교실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 미성초에서 운영되는 무지개교실은 12개 학급으로 늘었다. 참여 학생은 44명이다. 무지개교실에는 기초학력 미도달 학생뿐 아니라 담임이 수업을 진행하면서 추가 돌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아이들도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 참여시키기 때문에 규모가 더욱 커졌다.

“진단평가는 작년까지의 성취잖아요. 올해 수업을 하면서 뒤처지거나 돌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아이들도 있거든요. 그 아이들까지도 무지개교실에서 지도합니다. 전에 보니 2학년 무지개교실은 운동장에서 술래잡기하면서 뛰어놀고 있었어요. 돌봄과 학습 지원이 모두 되는 거죠.”(5학년 학년부장)

아이들은 소규모 그룹으로 공부하며 담임교사와의 교감도 더 커진다.

“수학은 기초를 가르치지만 국어는 다양한 콘텐츠형 수업을 해요. 글 문장 완성하기, 그림 보고 이야기 짓기 이런 것들이요. 영어는 학력격차가 가장 크니 유튜브에 생활영어 100개, 이런 거 듣고 기억나는 영어 문장을 이야기해보고요. 공부는 선생님이랑 하는 즐거운 시간이어야 하잖아요. 아이들 표정이 너무 안 좋아서 무슨 일이 있구나 싶은 날엔 빨리 집에 보내주거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조 교사)

교사들은 이 같은 담임 주도 기초학력반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예산 사용의 자율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학교에 지원되는 기초학력 예산은 외부 강사 예산 외 여러 사업으로 나뉘어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은 얼마 되지 않는다.

정 교사는 “학교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기초학력 예산 지원을 해주고 학교에서 현장 판단에 따라 예산 활용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기초학력#돌봄#담임교사#소규모 그룹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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