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본춤을 추냐고? ‘나’를 찾는 춤입니다

김기윤 기자 입력 2021-06-16 03:00수정 2021-06-1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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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토’ 무용수 양종예가 선보이는 ‘봄의 제전’
일본 전통예술과 현대무용의 만남
정체성 찾는 철학-운동으로 평가
日유명 무용단서 10년 넘게 활동… 서울 예술의전당서 24, 25일 공연
부토 무용가 양종예가 일본에서 공연한 ‘봄의 제전’의 한 장면. 이번 한국 초연 무대에서는 팬데믹으로 일본 무용수들이 참석하지 못해 전체 작품 가운데 독무를 중심으로 수정해 양 씨가 홀로 선보인다. 양종예 씨 제공
“아니, 한국 사람인데 왜 일본 춤을 춰요?”

2009년 일본으로 건너가 부토(舞踏)를 배우기 시작한 양종예(46)가 무대에 설 때마다 마주하는 질문이다. 예술에 국경은 없다지만, 일본 색이 짙은 춤을 추는 그는 주변의 비아냥거리는 시선과 싸워야 했다. 일본에서는 한국인 부토 무용수를 마냥 신기해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이런 시선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어떻게 객석에 감동을 전할지 오로지 집중할 뿐. 그의 춤을 보는 관객도 시각을 조금 달리해보면 어떨까. 한국인 양종예가 아닌 춤의 여정을 떠난 ‘지구인’ 양종예로.

양종예는 11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팬데믹으로 집에 갇혀 있는 상황이 길어져 답답했다. 오랜만에 무대에 서니 슬슬 몸하고의 대화를 다시 시작하려 한다”고 했다. 5월 말 일본에서 귀국한 그는 자가격리를 마치고 최근 작품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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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명 부토 무용단 다이라쿠다칸에서 10년 넘게 활동하며 부토 무용수로 이름을 알린 양종예는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봄의 제전’을 24, 25일 공연한다. 국내 초연작이다.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기간 중 열리는 ‘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스타 초청공연’의 일환으로 이번 무대가 마련됐다.

부토는 일본 전통예술인 ‘가부키’, ‘노’와 서양 현대무용이 만나며 탄생한 무용 장르다. 현재 원산지인 일본보다는 유럽, 미국, 남미 등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1960년대 초현실주의와 다다이즘의 영향을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어지러운 정세 속 급격한 서양문화 수입에 저항하여 정체성을 찾으려는 일본인의 정신세계를 표현한 일종의 예술운동이자 철학이다.

그가 선보일 공연은 러시아의 전설적 발레리노인 바츨라프 니진스키가 약 100년 전 선보였던 발레 ‘봄의 제전’을 부토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온몸에 금칠을 한 채 홀로 무대에 올라 특수 제작한 금빛 천, 소품을 활용해 전위적이고 정제된 몸짓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공연을 위해 일본 무용단에서 특수 제작한 소품들을 한국으로 보내는 전폭적 지원을 받았다”며 기뻐했다.

그는 이번 공연의 특징을 “에로티시즘, 그로테스크, 난센스”라는 세 단어로 정의했다. “봄을 앞두고 연 제사에서 신에게 제물로 바쳐지는 한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제물로 선택된 소녀가 신들린 듯 춤추다 쓰러지는 모습을 마치 샤먼처럼 표현하려고요. 소녀가 정말 죽었는지 아니면 신과 영접한 건지는 여러분이 판단해 주세요.”

그는 부토를 공부한 지 12년이 됐는데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했다. 이해하려면 끝이 없다고 한다. 무용수 한 명이 각자 하나의 계파를 구성한다는 ‘일인일파(一人一派)’와 ‘나를 지우고 나를 드러낸다’는 구절이 부토를 설명하는 대표적 문구다. 정형화된 스타일보다는 무용수 개인이 자신의 육체를 마주하고 재인식하는 과정을 목표로 삼는다. 그는 “약 50년 동안 다양하게 확산한 부토는 지금도 변화 중이다. 엄밀히 말해 저는 부토가 아니라 ‘양종예 부토’를 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4년 경성대 무용학과에 수석 입학한 그는 한국무용을 전공하다 우연히 접한 부토 공연에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꼈다. 2014년 부토를 배운 뒤 처음 한국 무대에 섰던 때를 잊지 못한다.

“부토에 대해 전혀 모르던 한 소년이 공연 후 저를 찾아와 사진 촬영을 원했어요. 일본의 낯선 춤을 추고 있다는 제 마음속의 불안, 편견은 그때부터 사라졌습니다. 현대무용은 그저 감동을 전하면 되는 거니까요.”

김기윤 기자 pe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일본춤#부토#양종예#봄의 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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