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았던 ‘흥’이 폭발한다, 갈증 채워주는 142분

김재희 기자 입력 2021-06-16 03:00수정 2021-06-1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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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 ‘인 더 하이츠’
동명의 뮤지컬 원작 리메이크
워너브러더스-존 추 감독 합작
러닝타임 내내 춤과 음악으로 가득… 미국 이민자들의 꿈-사랑 이야기
뮤지컬 영화 ‘인 더 하이츠’에서 주인공 우스나비(앤서니 라모스·왼쪽)와 그가 짝사랑하는 유년 시절 친구 바네사(멜리사 바레라)가 워싱턴 하이츠의 동네 사람들과 음악에 맞춰 춤추고 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극장에서 흥을 주체할 수 없어 발로 박자를 타고 고개를 까딱거렸던 기억, 누구나 있을 것이다. 994만 명의 관객이 본 ‘보헤미안 랩소디’(2018년)에서 ‘We will rock you’의 리듬에 맞춰 오른발과 왼발을 번갈아 굴렀던 기억, 자동차로 가득 찬 고속도로가 일순간 노래와 춤이 넘쳐나는 무대로 변하는 ‘라라랜드’(2016년)의 첫 장면을 보며 전율을 느꼈던 기억 말이다.

한동안은 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여파로 신작들, 특히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들의 개봉이 줄줄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워너브러더스가 제작하고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연출한 존 추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뮤지컬 영화 ‘인 더 하이츠’가 그 공백기를 깼다. 극장에서의 전율에 목말랐던 관객의 갈증을 채워주는 이 영화는 30일 개봉한다. 영화는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상, 그래미 최고 뮤지컬 공연앨범상을 수상한 동명의 뮤지컬을 리메이크했다.

영화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뉴욕 맨해튼 북쪽 지역 워싱턴 하이츠가 배경이다. 주요 인물은 우스나비(앤서니 라모스)와 바네사(멜리사 바레라), 니나(레슬리 그레이스), 니나의 남자친구 베니(코리 호킨스). 우스나비는 가족과 이민 온 워싱턴 하이츠에서 잡화점을 하지만 도미니카 해변에 있는 아버지의 상점을 다시 여는 꿈을, 바네사는 동네 미용실에서 일하지만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꿈을 꾼다. 니나는 스탠퍼드대에 진학한 자신에게 쏟아지는 기대에 대한 부담감으로 자퇴를 고민하고, 남자친구 베니는 그런 니나를 돕고 싶어 한다. 네 사람은 꿈과 사랑 어느 하나에도 확신을 갖지 못하고 갈팡질팡하지만 점차 원하는 것을 찾아간다.

142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은 한순간도 지루할 틈 없이 춤과 음악으로 가득 찬다. 우스나비가 쨍한 햇빛이 쏟아지는 왁자지껄한 거리를 거닐며 묵직한 비트 위에 랩을 내뱉다가도, 석양이 지는 조지 워싱턴 다리를 뒤로한 니나와 베니는 R&B 음악에 맞춰 사랑을 속삭인다. 바네사는 땀과 술로 가득한 클럽에서 도미니카공화국 전통 음악인 바차타에 맞춰 현란한 춤사위를 선보인다. 청소부가 길거리에 호스로 물을 뿌리는 소리, 잡화점에서 물건에 가격표를 붙이는 소리는 음악의 일부로 녹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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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시끌벅적하지만은 않다. 고민 끝에 스탠퍼드대로 돌아가기로 한 니나가 베니와의 이별을 앞두고 건물 난간에 기대 있다가 중력을 거슬러 건물 외벽을 바닥 삼아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슬픔을 판타지로 승화시킨다. 워싱턴 하이츠의 정신적 지주인 클라우디아 할머니가 심장마비로 죽음을 맞기 전 1940년대 쿠바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지하철 안에서 노래하는 장면은 단연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이민자로서 겪은 차별과 핍박의 순간들을 인내와 믿음으로 이겨내라는 클라우디아의 노래는 영화의 경쾌함을 관통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뮤지컬 영화#인 더 하이츠#리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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