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스트라 ‘초과 예약’… 일부지역 접종 연기-취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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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고령층 접종 7월로 미뤄질듯

7일 60~64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벌써부터 현장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부족해지고 있다. 서울과 세종, 대구 등지의 보건소는 일부 예약자를 대상으로 날짜를 바꾸거나 취소까지 진행하고 있다.

8일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서울의 한 보건소는 관내 의료기관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부족해 추가 배송 계획이 미정”이라며 “백신 보유량보다 예약 인원이 많은 의료기관은 일자 변경 또는 예약 취소를 해 달라”고 공지했다. 다른 서울의 보건소 역시 “보건소도 (백신이) 바닥난 상태라 추가 공급이 힘들다. 보건소로 찾아와도 공급이 안 되니 이해 바란다”고 안내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족은 예견된 상황이다. 비축한 백신 물량보다 예약 인원이 많은 탓이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8일 “약 50만 회분이 백신 대비해서 많이 예약돼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접종 마감인 19일까지 60~74세 고령층 예약자는 약 431만 명. 여기에 요양병원 종사자 등 이달 말까지 접종이 예정된 기존 대상자들도 계속 백신을 맞고 있다. 실제 7일에도 고령층을 제외하고 약 10만 명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반면 남아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약 453만 회분이다.

그러나 당분간 추가 공급은 여의치 않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4일 개별계약 물량 87만7000회분 도입을 끝으로 상반기 도입이 사실상 끝났다. 추가 물량의 도입 시기와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 대상자는 예약한 날짜에 백신을 맞지 못하고 7월에 추가 물량이 들어오면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4일 “불가피하게 (일정이) 조정돼야 한다면 7월 초에 신속히 접종받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한 보건소가 관내 위탁의료기관에 보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족 관련 e메일의 일부.
한 보건소가 관내 위탁의료기관에 보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족 관련 e메일의 일부.
당초 방역당국은 최소 잔여형(LDS) 주사기를 사용해 접종 가능 인원을 늘릴 계획을 내놓았다. LDS 주사기를 쓰면 아스트라제네카 한 바이알(병)당 접종자가 10명에서 11~12명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현장에선 LDS 주사기 공급마저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보건소는 “LDS 주사기 공급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보건소 보유량을 모두 분배한 후에는 각 의료기관이 보유한 일반주사기 사용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안내했다. 방역당국 지침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LDS 주사기의 현장 공급에 차질을 빚자 지난달 26일 “반드시 LDS를 사용해야 하는 건 화이자에 국한된다”며 “아스트라제네카는 LDS 주사기를 꼭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현장 보건소와 의료기관은 ‘마른 수건 짜기’에 나섰다. 서울의 한 보건소는 관내 의료기관에 “10일부터 발생하는 잔여 백신을 14~19일 예약자에게 미리 접종하라”고 안내했다. 일종의 ‘돌려 막기’인 셈이다. 세종시 A의원 관계자는 “당장 오늘 잔여 백신이 나왔는데 다음 주 예약자를 미리 오라고 해서 맞히는 게 말이 되느냐”며 “왜 1주 후에 맞을 백신도 계산하지 않고 예약부터 받은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B의원 원장은 “다음 주 예약한 대상자 수에 비해 11바이알이나 모자란다. 그럼 110명을 취소해야 한다는 말이냐”며 “질병관리청이 환자들에게 취소 연락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소민 somin@donga.com·이지운 기자
#백신#아스트라제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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