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0개월 위탁아동, 경찰 꿈꾸는 대학생 됐죠”

김성규 기자 입력 2021-05-18 03:00수정 2021-05-18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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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째 위탁아동 돌보는 이현주씨
“치킨 먹으려 8명이 가위바위보
집은 좁았지만 그때가 가장 행복”
이현주 씨 가족이 2019년 여름 인천 강화 가족여행에서 찍은 사진. 이 씨(가운데)와 남편(왼쪽), 두 친아들과 세 명의 위탁아동이 함께했다. 이 씨는 “아이들을 키우며 내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사랑을 느낀다”며 “앞으로 아이들을 보호하는 분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현주 씨 제공
“여덟 식구가 치킨 두 마리를 시키니 다리가 4개밖에 없잖아요? 그럼 서로 누가 먹을지 가위바위보를 하느라 시끌벅적했어요(웃음). 닭다리는 모자라도 그 시절 아이들로부터 얻는 행복이 훨씬 컸죠.”

충북 청주시에서 19년째 위탁아동을 돌보고 있는 이현주 씨(58·여)는 17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을 떠올리며 소리 내 웃었다. 이 씨는 5월 22일인 제18회 ‘가정위탁의 날’을 앞두고 이날 진행된 온라인 기념식에서 다른 위탁부모들과 함께 자신의 양육 경험을 나눴다.

이 씨가 올해 19세가 돼 대학에 진학한 A 양과 만난 건 A 양이 생후 10개월일 때다. 이 씨는 A 양을 아이돌보미(베이비시터)로 돌봐주고 있었는데 세 살 때쯤 가정형편 문제로 A 양의 부모와 A 양이 연락이 끊기면서 난감한 상황이 됐다. 처음엔 경찰서를 찾아갔지만 남편과 당시 중학생이었던 두 친아들이 “우리 가족이 기르면 된다”고 나서 준 덕에 A 양을 그대로 기를 수 있었다. 초등학생이 된 A 양이 운동회에 응원 온 이 씨의 남편이 다른 아빠들보다 나이가 많다고 부끄러워하자 그 뒤론 이 씨의 두 친아들이 보호자로 행사 때마다 찾아갔을 정도다.

A 양의 친부모와 다시 연락이 닿았을 때에도 이 씨는 A 양을 계속 돌봤다. A 양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친부모에게 잠시 돌아가기도 했지만,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1년 만에 다시 자신의 친언니와 함께 이 씨 집으로 돌아왔다. A 양이 부모와 사는 동안 이 씨는 방임과 학대를 겪은 다른 아동 2명까지 새로 양육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이 씨의 식구는 친아들까지 더해 8명으로 늘었다. 넓지 않은 집에 많은 식구가 모여 살던 때지만 이 씨는 “그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다 큰 친아들과 A 양의 언니가 독립해 6명이 산다. A 양은 이 씨를 ‘엄마’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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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 양은 “경찰 제복이 멋있다”며 경찰학과에 진학했다. A 양은 이 씨처럼 사회복지사가 돼 자신이 받은 것을 사회에 돌려줄까도 고민해 봤지만, 경찰로 일을 할 때 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이 씨는 “A가 성년의 날 선물로 운전면허를 따면 자동차 보험을 들어달라는데 보험료가 비싸 걱정”이라며 웃었다. 그는 “예전보다 위탁가정에 대한 지원이 조금씩 좋아지는 것은 다행이지만 위탁아동들을 위한 피아노, 미술, 태권도 등 방과 후 활동 지원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가정위탁 보호아동 수는 9903명이고, 이 중 조부모나 외조부모, 친인척을 제외한 일반 가정에서 위탁 중인 아동은 962명이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위탁아동#꿈구는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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