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피카소 모네…이건희 컬렉션 6월에 볼수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8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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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모습.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모습.
삼성이 이번에 기증하기로 한 2만3000여 점의 소장품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 수 있는 컬렉션이라는 게 문화계의 시각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귀속될 소장품 약 2만 점은 지금까지 기증된 유물(약 5만여 점)의 43%에 달하는 규모다. 박물관 소장 유물(43만여 점) 기준으로는 전체의 약 5%에 이르는 수량이다. 이 중 1급 유물로 통하는 국가지정문화재가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이다.

정선 작 ‘인왕제색도’(삼성 제공)
정선 작 ‘인왕제색도’(삼성 제공)
우열을 가리기 힘든 문화재들이지만 박물관 안팎에선 겸재 정선(1676~1759)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와 단원 김홍도(1745~?)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를 첫 손에 꼽는 이들이 많다. 조선 회화사를 대표하는 두 거장의 그림 중에서도 대표작이자 대작으로 통하는 문화재들이기 때문이다. 문화재계 인사는 “겸재와 단원의 그림들이 이미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지만 대표작으로 내세울 만한 작품이 거의 없었다”며 “두 작품은 이런 빈틈을 메울 수 있는 걸작들”이라고 평가했다.

영조 27년(1751년) 겸재가 그린 인왕제색도는 가로 138.2㎝, 세로 79.2㎝의 대작으로, 인왕산에 비가 내린 뒤 안개가 피어오르는 순간을 담았다. 거대한 암벽을 그릴 때 아래로 붓을 내리긋는 대담한 필치가 인상적이다. 이 그림은 중국의 산수화를 모방하는데 그치지 않고 조선의 산수를 직접 보고 그린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단원이 그린 추성부도는 중국 송나라 문인 구양수의 시를 읽고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가을밤 책을 읽다가 가을이 오는 소리를 듣고 인생의 무상함을 탄식하는 시를 그림 왼쪽에 행서체로 썼다. 단원 그림 상당수가 작자나 연도 미상인데 반해 이 그림은 단원이 1805년 동지 사흘 후 그렸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이수미 국립광주박물관장은 “단원의 말년작으로 그의 쓸쓸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시적인 그림”이라고 평가했다.

문화재계 일각에선 기증품 수량과 질을 감안할 때 박물관에 별도 기증관을 세우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박물관 관계자는 “현재로선 별도의 기증관을 세울 계획은 없다. 기존 주제별 상설전시관에 기증품을 분산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물관은 두 그림을 포함해 이건희 회장 컬렉션 대표작 40, 50점을 추려서 올 6월 특별전을 열 계획이다. 이어 전시품을 수백 점으로 늘려 내년 10월경 명품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건희 기증품 중 하나인 끌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삼성 제공)
이건희 기증품 중 하나인 끌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삼성 제공)
국립현대미술관으로는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클로드 모네,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 등 국내외 거장들의 근현대미술 1600여 점이 기증된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1950년대),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1954년)을 비롯해 강렬한 붉은 색 배경에 울부짖는 듯한 황소가 힘찬 기운을 뿜어내는 이중섭의 ‘황소’(1950년대)가 포함됐다.

끌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1919~1920)은 대표작인 수련 연작 가운데 하나다. 가로로 긴 화폭에 연못의 수면과 수련만 담았고, 수면에 반짝이는 빛을 묘사했다. 이로써 미술관은 이중섭의 황소, 모네의 그림을 처음 소장하게 됐다.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1940년)은 신화 속 존재인 켄타우로스들이 복부 구멍에서 아기들을 꺼내는 장면을 묘사했다. 전교한 기술과 균형감 있는 구도가 돋보인다. 삼성 측은 대구미술관, 제주 이중섭미술관, 강원 박수근미술관 등 지역 미술관 5곳과 서울대에도 143점을 기증하기로 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김태언 기자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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