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각국 백신 각자도생… 연대도 공조도 뒷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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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자국 우선주의에 강대국들 사재기”
백신 스와프 거부한 美 겨낭한듯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강대국들의 백신 사재기 속에서 필요한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며 “모든 나라가 한목소리로 연대와 협력을 말했지만 자국 사정이 급해지자 연합도, 국제 공조도 모두 뒷전이 돼 국경 봉쇄와 백신 수출 통제, 사재기 등으로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다른 어떤 문제보다 국제적인 연대와 협력이 필요한데도 국제정치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그런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도 내부적으로 단합해 지혜롭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백신 개발국이면서 백신 수출을 통제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문 대통령이 특정 국가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셈. 다음 달 하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한미 백신 스와프 요청을 사실상 거부한 미국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또 “정부 계획대로 4월 말까지 300만 명, 상반기 중으로 1200만 명, 그 이상 접종이 시행될지 조금만 지켜보면 알 수 있다. 지금 단계에서 백신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화해 백신 수급과 접종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부추기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며 야당을 겨냥했다. 낮은 접종률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우리와 형편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것 없이 우리 형편에 맞게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부는 11월 집단면역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행을 자신하고 있다. 플러스알파로 집단면역 시기를 더 앞당기려는 목표도 갖고 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20일 중국 보아오포럼 화상 연설에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백신 기부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비판한 포럼에 참석해 중국의 백신 외교를 칭찬한 지 6일 만에 미국의 백신 통제를 비판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6일 미국의 백신 정책을 비판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를 조 바이든 행정부가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는 진창룽 런민대 교수의 발언을 보도했다. 문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비판과 겹친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미중 갈등 격화 속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 수위나 시기가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공고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북핵 협상 재개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문재인#각국 백신#각자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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