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가상화폐 발행때부터 관리하는데… 한국은 자금세탁방지 요건만 들여다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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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투자 광풍]금융권 “정부 사실상 손놔” 지적
화폐 공개 가이드라인 강제력 없어… 해외상장후 국내거래 속수무책
與 “주내 가상화폐특별위 설치 검토”

가상화폐 거래소 난립과 깜깜이 ‘코인 상장’으로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지만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정부는 가상화폐 발행, 상장 단계부터 관리 감독에 나서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2017년부터 가상화폐공개(ICO)를 유사 수신 행위로 보고 전면 금지하고 있다. ICO는 가상화폐 발행 업체가 백서를 공개하고 직접 투자자를 모집해 코인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강제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ICO를 금지하고 있어 해외에서 ICO를 진행한 뒤 국내에서 거래하는 식으로 규제망을 피해가는 코인들이 많다.

이와 달리 미국은 2018년부터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연방법으로 가상화폐 발행을 규제하고 있다. SEC가 증권거래법에 따라 불법 ICO를 조사하고 법 위반 소지가 있으면 사전에 ICO를 중단한다. 가상화폐 유통은 주정부가 규제한다. 뉴욕주는 2015년 세계 최초로 가상화폐 규제인 ‘비트라이선스’를 제정하고 이용자 보호 및 공시 의무 등을 관리하고 있다.

스위스와 싱가포르는 금융당국이 ICO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해외 자산 유치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일본은 가상화폐를 지불 수단으로 인정하고 사업자에 대해선 면허를 발급해주고 있다. 또 가상화폐를 상장하려면 일본 금융청의 사전 심사를 거쳐야 한다.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되자 정부는 최근 10개 부처 합동으로 “6월까지 가상화폐 불법 행위를 특별 단속한다”는 원론적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도 가상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자금세탁 방지 의무 요건을 지켰는지, 실명 거래 계좌를 갖췄는지 정도만 들여다볼 뿐이다. 코인 상장이나 발행 단계는 물론이고 거래소 운영 실태, 거래 과정 전반을 관리 감독할 수단이 전혀 없는 셈이다.

‘코인 영끌’에 나선 20, 30대 투자자의 성난 민심에 당황한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주 중으로 가상화폐 관련 특별위원회 마련 등에 나설 예정이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상화폐 관련 별도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지도부의 공감대가 있었다”며 “본격적인 논의를 거쳐 이번 주 안에 설치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가상화폐 투자로 생긴 소득에 과세를 유예해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당 핵심 관계자는 “비트코인에 대한 개념 재정립 등 불안감을 느끼는 2030에 대한 대책 마련을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형민 kalssam35@donga.com·김지현·허동준 기자
#가상화폐#자금세탁방지#코인 영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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