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 vs 애플, 앱스토어를 둘러싼 치열한 전쟁

동아닷컴 입력 2021-04-22 18:51수정 2021-04-2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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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서는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릴만한 재판이 열린다. 에픽게임즈(이하 에픽)가 애플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고소하고, 애플이 에픽게임즈를 계약위반으로 맞고소하면서 벌어진 전쟁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스마트폰 앱 마켓 지각변동까지 일어날 수 있다. 그야말로 ‘세기의 대결’이다.

(출처=셔터스톡)

포트나이트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싸움은 지난 해 8월 게임 ‘포트나이트’가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서 퇴출당하면서 시작됐다. 애플과 구글은 자사 앱 마켓에서 인앱 결제(앱 내 결제)로 발생하는 수익의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이 이를 우회하는 자체 결제 수단을 도입하자 정책 위반을 근거로 앱을 내려버린 것이다. 에픽은 즉각 애플과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고소하며 소송전에 나섰다.

에픽은 이전부터 구글과 애플이 부과하는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며 반감을 드러내 왔다. 지난 2018년 포트나이트 안드로이드 버전을 출시할 때도 비싼 수수료를 이유로 구글 플레이 입점을 포기했었다. 지난해 4월 결국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플레이 스토어에 포트나이트를 출시하긴 했지만, 이때도 공공연히 불만을 드러냈다. 에픽은 구글이 외부 앱을 설치할 때 각종 보안 경고를 띄우거나 보안 프로그램으로 차단한다며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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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나이트 (출처=에픽게임즈)

포트나이트가 구글 플레이에서 퇴출당하기는 했지만, 안드로이드에서는 여전히 에픽게임즈 앱이나 삼성 갤럭시 스토어에서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문제는 애플 iOS다. 애플은 iOS에서 자사 앱스토어 외 다른 서드파티 앱 마켓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OS를 개조하는 ‘탈옥’을 하지 않는 이상, 앱 설치파일을 직접 내려받아 설치할 수도 없다. 에픽게임즈가 구글과 애플을 동시에 고소했지만, 에픽과 애플의 대결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에픽처럼 나서진 않더라도 앱 개발사들 사이에선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다는 불만이 이전부터 쌓이고 있었다. 에픽 한 회사만의 싸움이 아니라 일종의 대리전 양상이 된 이유다. 에픽은 음악 스트리밍 앱 '스포티파이', 데이팅 앱 '틴더'를 운영하는 매치 그룹 등과 함께 '앱 공정성 연맹(The Coalition for App Fairness)'을 결성하고 전방위적인 소송전과 입법 로비로 애플에 맞서고 있다.

쟁점은 수수료 비율?

애플은 올해 1월부터는 연 매출 100만 달러 이하 개발사에는 수수료를 절반 수준인 15%만 받기로 했다. 에픽게임즈와 분쟁을 계기로 수수료 문제에 대한 불만이 본격화되자 이를 어느 정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구글도 애플을 뒤따라오는 7월부터 연 매출 100만 달러까지는 수수료를 15%로 내리고, 초과분에만 30%를 받기로 정책을 바꿨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반독점법 소송에 대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앱 시장 정보업체인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애플 앱스토어 입점한 앱 개발사 중 매출 100만 달러 이하 개발사는 전체 개발사 중 98.4%였다. 그러나 매출로 따지면 1.6%에 불과한 매출 100만 달러 이상인 개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98%에 달한다. 이번 수수료 인하로 많은 개발사가 혜택을 받는 것도 사실이지만, 애플이 매출에 입는 타격도 그리 크지 않다. 구글 쪽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에픽 CEO 팀 스위니는 이번 수수료 인하안이 ‘앱 개발자들을 분열시키기 위한 계산된 움직임’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카카오 이모티콘 플러스. 애플 앱스토어 인앱 결제가 모바일 웹보다 비싸다. 결국 수수료를 소비자가 부담하는 셈 (출처=IT동아)


앱 수수료 문제는 개발자에게만 골칫거리가 아니다. 결국에는 수수료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같은 서비스라도 아이폰에서 인앱 결제를 하면 가격이 더 비싼 경우가 흔한 이유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플러스 이용료는 PC나 모바일 웹에선 4,900원이지만 iOS에선 6,900원이다. 수수료만큼 가격이 오른 셈이다. 이 때문에 결제는 PC나 모바일 웹에서 하고 앱으로는 서비스 이용만 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넷플릭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앞으로는 안드로이드 앱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전망이다. 구글이 올해 10월부터 게임에만 적용하던 인앱 결제 강제 정책을 모든 앱과 콘텐츠 대상으로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구글 측은 게임이 아니라면 인앱 결제 대신 자체 결제 시스템을 쓰는 걸 허용했고, 수수료도 10%로 비교적 낮았다. 그러나 7월 이후에는 구글 플레이에서 앱을 배포하려면 수수료가 최대 30%에 달하는 인앱 결제를 써야 한다.

네이버, 카카오, 넥슨 등 국내 대표 IT업체들이 모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는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발표한 지난 해부터 꾸준히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구글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에서도 독점적 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수단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막는 소위 ‘인앱 결제법’이 논의되곤 있지만, 소관 상임위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본질은 앱 마켓 독점 논란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출처=IT동아)

결국 문제의 본질은 '수수료율이 몇 퍼센트냐'가 아니라, 애플이나 구글이 앱 마켓에서 누리고 있는 독점적 지위 그 자체에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상원 법사위원회 산하 반독점 소위원회는 청문회를 열고, 애플과 구글이 앱 마켓에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앱 공정성 연맹 회원사인 매치 그룹 등도 참가해 직접 목소리를 냈다. 스포티파이는 애플이 검색에서 자사 앱과 서비스를 먼저 노출하는 방식으로 편파 경쟁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구글은 자신들은 다른 기업의 앱 마켓도 허용하고, APK 파일 통한 설치도 가능하기 때문에 애플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실상은 구글도 독점 논란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구글이 다른 기업의 앱 마켓으로 동시 출시한 중소형 개발사 게임은 '구글 피처드' 노출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암묵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 피처드란 구글에서 자체 기준으로 선정하는 추천 콘텐츠 목록이다. 구글 플레이 메인화면에 노출되기 때문에 피처드에 선정되면 매출이 크게 뛸 수 있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국내 앱 마켓 점유율 1위인 구글 플레이의 피처드에 선정될 기회를 포기하면서 굳이 다른 기업의 앱 마켓 동시 출시를 고집하기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상 독점 출시를 강요받는 셈이다.

아이폰에 다른 기업의 앱 마켓 허용될까?


애플은 앱스토어로만 앱을 설치할 수 있게 한 건, 시장 독점과 상관없는 보안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외부 앱 설치나 다른 기업의 앱 마켓을 허용하면 가짜 앱, 불법 소프트웨어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앱스토어로만 앱을 설치할 수 있는 애플이 안드로이드보다는 이러한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앱스토어 독점 명분으로 보안을 내세우는 애플로서는 체면을 구기는 일이 최근 벌어지기도 했다. '필립 크리스토둘루'라는 이용자가 지난 2월 애플 앱스토어에서 '트레저'라는 암호화폐 지갑 앱을 설치했다가, 60만 달러에 상당하는 비트코인을 도난당한 사건이다. 트레저는 유명 암호화폐 지갑 제품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크리스토둘루가 내려받은 앱은 실제 트레저와는 아무 연관이 없는, 이름을 도용한 가짜 앱이었다. 애플이 가짜 앱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디아는 애플 앱스토어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부터 운영된 앱 마켓이다 (출처=셔터스톡)

에픽과 애플의 반독점 소송은 시작에 불과해 보인다. 앞으로도 애플이나 구글의 앱 마켓 독점 문제에 반기를 드는 움직임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에는 '원조 앱스토어'로 불리는 시디아가 앱스토어 독점 문제로 애플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시디아는 애플이 2008년 아이폰에서 앱스토어를 정식으로 출시하기 전부터 운영된 앱 마켓이다.

향후 소송 결과에 따라서는, 애플이 인앱 결제 대신 자체 결제를 허용하는 것을 넘어서, 서드파티 앱 마켓을 허용해야 할 수도 있다. 일단 전초전에서는 애플이 한발 앞서 나갔다. 지난 2월 미국 노스다코타주 의회는 앱 배포나 결제 방식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추진했으나 상원에서 부결됐다.

그러나 애플도, 구글도 아주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나, 의회에서 다수당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민주당은 거대 테크 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기조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어질 에픽과 애플의 싸움에 이목이 계속 쏠리는 이유다.

동아닷컴 IT전문 권택경 기자 tikitak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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