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장점 살려 ‘협업수업’… “역사 시간에 문학도 배울 수 있죠”

이소정 기자 입력 2021-04-22 03:00수정 2021-04-22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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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만수북중의 ‘특별한 원격수업’
수업 중 다른 과목 설명 필요할 때 담당 선생님 호출해 실시간 교육
학업에 뒤처지는 아이들 없도록 화상 앱으로 1대1 개별학습 진행
다양한 플랫폼 활용해 흥미 유도… 학생들 “공부할 때 큰 도움” 호응
8일 인천 남동구 만수북중에서 박정현 교사가 학생들에게 ‘인수분해의 인문학적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만수북중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원격수업 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한 미래형 수업을 시도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자, 오늘 트로이전쟁을 배웠지? 이제 이 사건과 관련된 문학 작품을 국어 선생님한테 배워보자.”

14일 줌(Zoom) 화면 속에서 인천 만수북중 2학년 1반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던 정수진 교사가 돌연 ‘국어 선생님’을 호출했다. 그러자 화면 한쪽에 이 학교 국어 담당 박정현 교사가 나타났다. 갑작스러운 ‘국어쌤’의 등장에 아이들은 흥미로워했다. 박 교사는 수업 바통을 넘겨받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이날 실시간 원격수업 화면 속에서 1반 학생들이 들은 것은 이 학교가 고안해 낸 ‘역사-국어’ 협업수업. 역사 교사가 트로이전쟁을 가르칠 때 국어 교사는 트로이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를 다룬 문학 작품을 설명함으로써 두 교과의 수업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만수북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이 전면화되자 학생들의 학습 집중도를 높이고 수업 시너지를 내기 위해 일부 교과목에 이 같은 ‘1교과 2교사제’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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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고민하는 선생님에게 학생들도 ‘엄지 척’

교과협업 수업은 만수북중의 ‘미래 교육을 디자인하는 아름다운 교사 모임’(미디아)이 고안했다. 미디아는 만수북중 교사 8명이 참여하는 원격수업 연구회다. 미디아 교사들은 온라인 플랫폼이나 교육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한 새로운 미래형 수업 모델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다. 이 학교 정수진 연구부장은 “오늘날의 학교는 ‘춘추전국시대’와 같다”며 “혼란스럽지만 이전에는 해보지 못한 다양한 수업을 온라인상에서 시도해볼 기회”라고 말했다.

미디아 참여 교사들의 아이디어는 주변의 다른 동료 교사에게도 전파된다. 예를 들어 교사들이 필기를 위해 자주 사용하는 태블릿PC를 노트북과 연동할 수 있는 앱을 발견하면 이들이 먼저 사용해보고 주변 교사들에게 소개해 주는 식이다. 미디아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교사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수업 활용 설명서’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한다. 개별 교사의 수업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한 ‘동교과 모임’도 매주 한 번 갖는다. 원격수업의 진화를 위한 ‘공유자산’을 만드는 셈이다.

학생들의 호응은 뜨겁다. ‘띵커벨(ThinkerBell)’과 같은 퀴즈 플랫폼이나 구글 프레젠테이션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수업이 신기하고 재밌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2학년 4반 김범준 학생(14)은 “역사 선생님이 태블릿PC 화면을 녹화해서 수업 필기 영상을 올려주는 게 공부할 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학생들이 필요할 때마다 다시 보면서 반복학습이 가능하다.

○원격수업으로 책임지는 기초학력

원격수업 도입 이후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기초학력 지원에 대한 고민이 많다. 김종호 만수북중 교장은 “올해 교육 목표를 ‘기초학력 보장’으로 세웠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될수록 학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가 원격수업 적응기였다면 올해는 그 속에서 뒤처지는 아이가 없도록 세심하게 살피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 학교가 운영 중인 ‘줌 소모임 개별학습’ 역시 이런 고민 속에서 시작됐다. 김선미 수학교사는 원격수업으로 인해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가 늘어나는 게 걱정이었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의 학습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화이트보드.fi(Whiteboard.fi)’라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쪽지시험을 보기 시작했다. 화이트보드는 온라인으로 각자의 칠판을 공유할 수 있는 원격수업 도구다. 이 도구를 이용하면 교사가 30여 명의 문제풀이 과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김 교사는 “그냥 ‘이해 안 가는 사람 남아’라고 하면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 쪽지시험을 보기 시작했다”며 “풀이과정을 지켜보면 어떤 아이가 어떤 부분을 어려워하는지가 한눈에 보여 맞춤형 수업을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쪽지시험을 본 후에는 줌 소모임 기능을 활용해 1 대 1 개별수업을 진행한다. 온라인 상황에서도 모든 학생들이 끝까지 수업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기초학력 미도달 학생을 위한 ‘책임 교사제’도 실시한다. 만수북중은 지난달 10여 일에 걸쳐 1, 2학년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 검사를 진행했다. 중3은 지난해 지필고사 성적 등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 미도달 학생을 선정했다. 만수북중은 학년별로 교사 5명을 선발해 학생들과 1 대 1로 매칭할 계획이다. 각 교사는 일종의 ‘전 과목 과외선생님’처럼 자신이 맡은 학생의 모든 과목의 학습을 도울 예정이다.

박정현 교사는 “마치 초등학교 담임이 아이들을 보살피듯 멘토 교사가 아이들을 전담 관리할 것”이라며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기간에도 줌을 통해 학습 지도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온라인 장점#협업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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