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 “선거 패하고도 양념질… 민주당 弔鐘 울렸다”

최진렬 기자 입력 2021-04-17 13:55수정 2021-04-1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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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축구회도 안 그래”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 [조영철 기자]
“해괴사로 불리는데 참 재미있더라고요.”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한국 공인회계사이자, 자타 공인 ‘해괴사’다. 페이스북에는 그를 해괴사라고 부르는 지인이 가득하다. 현 정부 들어 그에게 해괴한 일이 거듭 발생했기 때문일까. 20년간 몸담으며 집행위원장까지 지낸 참여연대를 떠난 것은 물론, 인간관계도 대거 정리‘당했다’. 반평생 경제 문제를 쫓았는데 최근 검찰 문제로 관심사가 이동했다. 어느 하나 예측 못 한 일이다.

김 대표가 보기에 한국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일명 ‘조국흑서’로 불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공저자로 참여한 까닭이다. 강양구, 권경애, 김경율, 서민, 진중권 등 5명의 ‘조국흑서팀’은 한국 사회를 흔들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야권 승리에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4월 13, 15일 그와 인터뷰했다.

“유권자들이 맘 편히 오세훈 뽑았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진중권, 서민, 김경율 셋을 선거 승리 주역으로 꼽았다.

“한국은 선거가 끝나면 1등 공신과 주축을 꼽는 문화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에는 아무개가 일등 공신이었고,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는 양모 씨가 일등공신이었다’ 등의 말이 나온다. 선거를 정치공학 영역으로 격하하는 발언인데, 이는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좋은 의도로 말했겠지만 표심을 읽는 데 고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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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선거 결과에 나타난 민심은 뭘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다. 유권자 처지에서는 맘 편한 선거였다. 임기 1년 시장을 뽑았다. 서울시는 시의회 93% 의석이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소속 의원으로 이뤄졌다. 서울시장 단독으로 시정을 수행하는 게 불가능하다. 역설적으로 이런 점 때문에 유권자들이 맘 편히 투표하지 않았겠나.”

야권 후보에 반감이 있는 시민도 맘 편히 투표할 수 있었다는 것인가.

“민주당은 정책 선거와 인물론으로 가면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선거를 이전투구로 치렀다. 정대화 상지대 총장이 재보선을 ‘주도적 패배’라고 평가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맞는 말이다. 민주당이 흑색선전과 마타도어(마타도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며 패배했으니 말이다.”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로 분류되는 정대화 총장은 4월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이 주도적으로 이겼다기보다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패배했다고 보는 관점이 옳다”며 “국민의힘이 이겼지만 주도권이 없고 민주당은 졌지만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 여당이 어떻게 변해야 할까.

“이미 늦었다. 정권 초기 관료들과 모임을 여러 번 가졌다. 매번 ‘촛불 정부임을 자임하면서 왜 개혁 드라이브를 걸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때마다 ‘1년이 지났을 뿐이다’ ‘2년이 지났을 뿐이다’ ‘시간이 부족하다’ 등의 대답만 되돌아왔다.”

그는 이 대목에서 김대중 정부 초대 감사원장을 지낸 한승헌 변호사의 이야기를 꺼냈다. 1세대 인권변호사로 분류되는 한 변호사는 1998년 64세 나이로 감사위원장에 내정됐다. 정년이 1년 6개월 남았을 때다.

“한 변호사가 감사원장을 맡았을 때 ‘임기가 1년 6개월밖에 되지 않는데 뭘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한 변호사는 ‘1년 6개월 동안 못 하는 일은 5년을 줘도 못 한다. 반대로 내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 1년 6개월 안에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정부 관료들을 만나 이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 4년 동안 못 한 일을 남은 1년 동안 할 수 있을까. 인적·지적·윤리적 자원이 모두 바닥났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가능성엔 회의적이다.”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개혁을 못 해 선거에서 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진보진영 내부 논쟁을 보고 안타까웠던 점은 그들이 기본적인 사실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조국 사태 때 코링크PE 설립 자본금 1억 원 중 8500만 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계좌에서 나온 돈이었다. 공소장에 나온 내용이고 변호인도 반론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아직도 못 받아들인다. 재보선과 관련해서도 민심과 정반대 결론을 끄집어낸다. 국민과도 대화가 안 된다. 민주당에 파멸의 길만 예고됐다.”

“중진의원들 자성 없어”
초선의원 중심으로 쇄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 않나.

“진작 나왔어야 한다. 조종(弔鐘) 소리가 울리고 난 다음에야 쇄신과 자성을 말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성 친문 진영은 이마저도 못 받아들이고 있다. 민주당이 어쩌다 이렇게 됐나. 중진의원들 사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조기축구회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2030 초선의원(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전용기)은 4월 9일 국회에서 ‘조국 반성문’으로 불리는 공동성명을 내고 “조국 전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권리당원을 중심으로 이들 의원을 ‘초선족’ ‘초선 5적’ 등으로 비난했고, 김정란 상지대 명예교수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며 ‘문자폭탄’을 독려했다.

김 대표는 “얼마나 극우적 행태인가.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여권에서 인플루언서 노릇을 한 사람이다. 시정잡배조차 하지 않는 행동을 보였고 거기에 (극성 친문진영이) 호응했다. ‘양념질’ 하는 모습을 보면서 ‘민주당이라는 정당은 끝났다. 망해야 새 길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다.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인적 쇄신을 보여야 “환골탈태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음….”

김 대표는 한동안 침묵했다.

“총선에서 180석이나 차지했는데 그 안에서 다른 목소리를 낸 사람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나마 금태섭 전 의원과 조응천 의원 정도다. 금 전 의원은 (당내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탈당했다. 조 의원은 양념질을 당하면서도 최근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 의원이나 김해영 전 의원 같은 분들에게 핵심적 역할을 맡겨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경제 비리 파고들어봤자…”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가 4월 13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관심 분야가 경제에서 검찰, 법무부로 바뀐 것 같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 보면 각종 제보가 들어온다. 2~3년 전 들었다면 ‘파헤쳐야지’ 생각했을 만한 제보들도 있었다.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 등을 겪으며 이상한 면역이 생겼다. 과거라면 하나같이 정권을 뒤흔들 사건들이다. 현 정부에서는 사건들이 무마되거나 수사팀이 해체되고 있다.”

경제 비리를 파고들어봤자 어차피 수사 단계에서….

“그렇다. 금융 범죄 조사의 핵심은 자금 흐름 추적이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사안만 하더라도 국세청과 검찰이 자금 흐름을 추적해야 하는데 멈춰 있다. 상황이 이런데 라임, 옵티머스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경제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경제민주주의21이지만 정치 권력 이슈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김 대표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서 무혐의를 받은 사실을 이야기하며 검찰이 정치적 수사를 했다고 하더라. 본인들이 검찰 손발을 묶어놓고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하니 웃겼다. 정부 여당과 다른 의미로 검찰개혁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검찰이 권력의 핵심을 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부상하고 있다.

“사실상 대선 행보를 걷고 있다. 이른바 진보/보수를 대체할 ‘제3의 힘’이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진보/보수라고 부르기 어려운 정치 세력이 정치권을 장악하고 있는데, 영향력 있는 대안 세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금 전 의원이 제3지대 정계 개편을 모색하고 있다. 함께할 생각은?

“시민사회에 계속 있을 계획이다.”

맡은 소임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조국 사태로 시민운동을 매개로 한 내 인적 네트워크 80%가 사라졌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선을 넘지 마라’고 이야기해왔다. 적어도 시민사회 일원으로서 변함없이 정부를 견제·감시해왔다고 생각한다.”

최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서민 단국대 교수와 갈라섰는데.

“진 전 교수와 서 교수 간 생각 차이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안타깝다. ‘조국흑서’ 발간 후 몇몇 기자와 SNS에서 다툰 적이 있다. 구성원 한 명의 발언을 가지고 ‘조국흑서’ 전체를 묶어 공격하더라. ‘조국흑서팀’이라지만 5명 생각은 다 다르다. 특정 정치 이데올로기를 지향하는 모임이 아니다. 동호회에 더 가깝다고 본다.”

관심을 가진 이슈는 무엇인가.

“민주당이 추진 중인 복수의결권 도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재벌 권력 구조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제도다. 왜 서두르는지 의문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도 하지 않았던 정책이다. 민주당은 정치는 물론, 경제 영역에서도 국민의힘과 식별이 어려운 DNA를 갖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85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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