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 D-99인데… 日국민 10명중 7명 개최 반대

박형준 도쿄 특파원 입력 2021-04-15 03:00수정 2021-04-1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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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장을 가다]

박형준 도쿄 특파원
《13일 오후 일본 도쿄 지요다구 총리관저 앞. 집회 참가자 300여 명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출하는 마당에 무슨 올림픽이냐”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지 말라”고 외치고 있었다. 집회 참가를 위해 후쿠시마에서 도쿄까지 왔다는 곤노 미치오(今野美智雄) 씨는 “오염수를 바다에 버린다면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도쿄 올림픽을 ‘부흥 올림픽’이라 부를 수 없다”고 했다. 시민단체 ‘노 누크스 아시아 포럼 저팬’의 사토 다이스케(佐藤大介) 대표 역시 “일본이 세계에 오염수 민폐를 끼치는데 올림픽을 열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15일은 7월 23일부터 8월 8일까지 열리는 도쿄 올림픽 개막까지 99일이 남은 날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논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난해 이미 한 차례 연기된 올림픽을 치르는 것 등을 둘러싼 각종 문제가 산적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의 강행 의지에도 과연 개최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크다.

13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취소해야 한다’란 의견(35%)이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28%)보다 더 많았다. ‘재연기’도 34%에 달했다. 국민의 69%가 7월 올림픽 개최에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분쟁 휘말린 선수촌 아파트

11일 올림픽 기간 중 선수촌으로 쓰이는 도쿄 주오구의 해안도시 하루미(晴海)를 찾았다. 14∼50층 신축 아파트 21개동으로 이뤄진 ‘하루미 플래그’는 모든 공사가 끝났지만 최근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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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업체들은 5600채에 달하는 이 아파트를 올림픽 폐회 후 입주하는 조건으로 2019년 893채에 대한 1차 분양을 실시했다. 당시 2.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사람들은 2023년 3월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아파트를 샀다.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2023년 입주가 불가능해졌고 언제쯤 입주할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결국 일부 구매자는 올해 2월 도쿄지방재판소에 “입주 1년 연기로 인한 비용을 보상하라”는 민사조정을 신청했다. 소송의 직전 단계다.

일본 도쿄 올림픽 기간에 선수촌으로 사용된 후 일반에 판매되는 아파트 ‘하루미 플래그’. 올림픽 연기로 당초 2023년 입주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자 일부 구매자는 민사조정을 신청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지난해 3월 정부가 올림픽 1년 연기 발표를 한 후 부동산 업체들은 아파트 구매자들에게 “입주가 1년 정도 미뤄질 것 같다”는 통지문을 보냈다. 하지만 사과는 없었다. 계약서에 ‘판매자의 고의, 과실이 아닌 이유로 인도가 지연되면 (구매자가) 승낙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매자들은 “아무리 부동산 업체의 과실이 아니라 해도 당연히 사과해야 하지 않느냐. 아파트 입주 지연으로 우리가 겪을 피해는 누가 책임지나”라며 분노했다. 이 분노가 민사조정으로 이어진 셈이다.

양측은 23일 법원에서 처음 변론을 한다. 원만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구매자들은 소송으로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매자 측의 도도로키 히로노부(轟木博信) 변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구매자들이 무척 격앙돼 있다”며 소송 가능성이 크다는 뜻을 내비쳤다.

공원 뱅뱅도는 성화 봉송


지난달 25일부터 시작된 성화 봉송 또한 순조롭지 않다. 13, 14일 양일간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성화 봉송 시작 후 최초로 주자들이 일반 도로가 아닌 곳에서 성화를 주고받았다.

주자들은 오사카의 한 공원을 하루 종일 빙글빙글 돌았다. 관중은 없었다. 주자 1명당 최대 4명의 가족만 관람할 수 있었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자 오사카 당국이 5일부터 한 달간 긴급사태의 전 단계인 ‘만연 방지 등 중점 조치’를 발령한 탓이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길거리 밀집 응원을 자제하고, 인터넷 생중계로 성화 봉송을 봐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생애 한 번 볼까 말까 한 성화 릴레이를 두 눈으로 보기 위해 매번 사람들이 몰려나오고 있다.

코카콜라, 도요타 등 스폰서 기업의 선전 차량이 성화 봉송 주자가 나타나기에 앞서 먼저 도로를 지나가며 요란하게 흥을 북돋우는 모습도 비판을 받고 있다. 선전 차량에 탑승한 일부 DJ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음악을 틀고 큰 소리로 외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달 해외 관중 없이 올림픽을 치르기로 한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달 중 국내 관중을 얼마나 넣을지 결정하기로 했다. 당초 경기장 수용 인원의 50%만큼 허용하는 안이 유력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용 인원을 더 줄이거나 아예 국내 관중조차 없이 개최하는 안까지 부상하고 있다.

조직위원회 측은 올림픽 기간에 하루 최대 의사 300명, 간호사 400명을 배치하는 등 총 1만 명의 의료인을 동원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 준비 또한 더디다. 국내 관중 상한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따라 필요한 의료인 수가 달라지기에 제대로 된 준비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자키 하루오(尾崎治夫) 도쿄도의사회 회장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대와 더딘 백신 접종 상황을 언급하며 올림픽을 완전 무관중으로 치른다 해도 감염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우려했다.

방역 우려로 3일부터 시작된 18개 시범대회 일정 또한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국제수영연맹(FINA)은 시범 대회를 겸한 아티스틱 스위밍(옛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올림픽 최종예선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스포츠 명분 대신 정치 악재만

올림픽 개최 여부와 관계없이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란 원래 명분은 사라지고 ‘정치’만 남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당초 스가 정권은 올림픽을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기회로 여겼다. 하지만 6일 북한이 올림픽 불참을 선언하자 낙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스가 총리는 지난해 9월 지지율 하락, 지병 등으로 중도 사퇴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잔여 임기를 물려받아 집권했다. 취임 후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줄곧 북한에 ‘조건 없는 정상회담’도 제안했다. 올해 9월 말 임기가 끝나는 그는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북한과 납북자 협상을 잘 진행해 집권 연장에 나서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의 불참 선언으로 이런 계획이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주요 관계자의 구설도 끊이지 않는다. 2월에는 모리 요시로(森喜朗·전 총리) 당시 조직위원장이 여성 멸시 발언으로 사임했다. 얼마 후 개·폐막식 총괄 책임자였던 유명 광고인 사사키 히로시(佐¤木宏) 감독 또한 여성 연예인의 외모를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고 사퇴했다. 지난해 6월에는 다케다 쓰네카즈(竹田恒和)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위원장이 2013년 올림픽을 유치할 당시 IOC 주요 인사들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으로 사임했다. 일본이 갖가지 악재를 딛고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형준 도쿄 특파원 lovesong@donga.com



#도쿄 올림픽#개최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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