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9회 응씨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전… 탈출로를 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 신진서 9단 ● 구쯔하오 9단
본선 8강 1국 9보(111∼130)

좌상귀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흑 11로 둬서 거의 살아있는 형태다. 물론 백 12로 A의 곳에 단수를 치면 곧바로 패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무리할 이유는 없다. 패를 지고 나서 12의 곳을 끊긴다면 좌변이 너무 크게 들어간다. 그런 의미에서 백 12는 안전 운행이었고, 흑도 15로 둬서 귀는 완생(完生)의 형태를 갖췄다. 이것으로 흑은 원하는 바를 이뤘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흑이 귀살이를 하면서 중앙에 두터움을 허용한 터라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백 16으로 한 칸 뛰는 수가 여전히 흑으로서는 눈엣가시다. 참고도처럼 흑 1, 3으로 받다간 백 4로 젖힘 당해 중앙 흑 두 점이 잡힌다. 이건 절망적이다. 구쯔하오 9단은 일단 흑 17로 최대한 버텼다. 백 20, 22로 움직이기에 앞서 백 18을 선수한 건 사활에 대비한 안전장치다. 백이 좌변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혹시라도 후수를 잡는다면 18의 곳을 역으로 당할 수 있으니 미리 선수해 두는 게 맞다. 흑 23이 거듭된 강공책이지만 백 24로 젖히는 수순이 있어 30까지 백이 경쾌하게 탈출로를 열었다. 이 정도면 귀에서 입은 손실을 충분히 만회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구기호
#바둑#응씨배#신진서#구쯔하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