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對中정책 더 세질수도… 쿼드에 한국 들어가면 퀸텟”[파워인터뷰]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입력 2021-04-06 03:00수정 2021-04-06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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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우드로윌슨센터 이끈 제인 하먼 前원장
미국 유명 외교안보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 원장을 10년간 지낸 후 최근 퇴임한 제인 하먼 전 원장이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 연합체 ‘쿼드’에 참여해 일종의 5중주를 연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드로윌슨센터 제공
《“나는 ‘할머니 바보’예요. 손녀가 나를 할머니 바보라고 놀려요(웃음). 손녀 때문에 한국은 더 특별한 나라죠.”

제인 하먼 전 우드로윌슨센터 원장(76)의 ‘할머니 바보’ 발음은 꽤 정확했다. 한국계 며느리와 손녀에게서 간간이 들은 한국어 덕분인 것 같았다. 그는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묻지도 않았는데 “한국은 정말 멋진 곳”이라며 199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과의 인연을 줄줄이 꺼냈다. 왠지 신이 난 목소리였다.

하먼 전 원장은 9선의 하원의원을 거쳐 워싱턴의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를 지난 10년간 이끌다가 지난달 퇴임했다.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외교안보 자문을 했던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프랑스 등 주요국 대사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2015년 센터 내에 한국연구 전담 조직인 코리아센터 설립을 지원했던 이도 그였다.》

그는 퇴임 직후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은 어떤 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때보다 강경해질 것”이라며 “소프트파워를 활용하고 동맹들과 단합해 효과적인 전략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관심이 쏠리는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자 연합체)와 관련해서는 한국의 참여를 권하며 ‘퀸텟(Quintet·5중주)’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외교안보 현안으로 들어가자 그는 30년 가까운 경력의 노장(老壯)으로 확 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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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로윌슨센터의 첫 여성 원장으로 10년간 재직했다.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내가 캘리포니아에서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게 1992년이었다. 의회 내 여성의 수가 2배로 뛰어서 ‘여성의 해’로 불렸던 때다. 그 이전에 상원 법사위에서 보좌관으로 활동했으니 여성으로서 워싱턴 정치권에서 활동한 경력은 오래됐다. 우드로윌슨센터에서도 최선을 다해 10년간 임무를 완수했다.”

―코리아센터를 설립하면서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윌슨센터는 코리아센터가 세워진 2015년 이전부터 한국에 관심이 있었다. 우리한테는 오래된 사료를 모으는 공공정책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거기서 한국전쟁에 대한 흥미롭고도 주요한 기록들을 확보했다. 당시 윌슨센터에는 남북관계에 초점을 맞춰 연구하고 있던 제임스 퍼슨 연구원이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코리아센터는 지금까지 많은 일을 해냈다.”

―곧 출간될 저서(영문 제목 Insanity Defense)에서 미국의 외교정책을 비판했다. 미국이 외교안보 난제에 맞서는 데 실패함으로써 미국을 더 큰 위험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는데….

“냉전이 끝났을 때 미국은 승리를 선언했다. 미국은 러시아를 누르고 전 세계의 유일한 경제 파워가 됐다. 그러나 우리는 극성을 부리는 테러리즘 같은 험한 교훈도 얻어야 했다. 9·11테러, 중국의 부상,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는 러시아 등도 도전이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우리는 늘 군사적 대응을 앞세워 왔다. 외교를 통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동맹과 친구들을 활용하는 소프트파워도 충분히 쓰지 못했다.”

―바이든 행정부에 외교안보 문제를 조언해 왔는가.

“의견을 물어오면 기꺼이 했다. 언론 기고문도 계속 써 왔다. 바이든 행정부가 국내적 관점에서 외교정책에 접근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일반인들과 연결시킴으로써 그들도 외교안보 현안에 관심을 갖게 하고 이해하게 만들 수 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 주요 부처에서 능력 있는 사람들이 숙청당하고 정치적인 인물들이 지도자 자리에 꽂히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제 바이든 행정부가 더 나은 사람들을 임명해 조직의 사기를 진작시킬 기회를 얻었다. 우리의 소프트파워를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제인 하먼 전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원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2013년 아들 대니얼과 한국계 며느리 재키의 결혼식에서 한복을 입고 있다. 그는 한국 독자들에게 가족의 한복 입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제인 하먼 전 원장 제공
―당신은 과거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과 경제적 파트너와 친구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미중 관계는 악화됐고 정면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에 대응하는 주요 전략 방향은 세 가지다. 첫째는 기후변화 같은 분야에서 협력하는 것, 두 번째는 반도체와 5세대(5G) 이동통신 같은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 마지막 세 번째는 중국의 인권 침해나 국제질서 위반 같은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대만과도 단합돼 있음을 보여줘야 하고, 중국의 지식재산권 탈취, 사이버 공격에 대해서도 맞서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문제를 알고 있고, 어떤 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도 중국에 대해 더 강경해질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고 과거 중국에 경제 보복을 당한 경험도 있다.

“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같은 경제 연합체에 들어가면 모두 함께 더 많은 파워를 갖게 된다. 한국도 TPP에 가입해 함께 전략을 짜고 추진할 수 있다면 훨씬 좋을 것이다. 미국이 과거 TPP에서 탈퇴한 뒤 중국이 경제적 영향력을 키울 기회를 잡았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추진하고 있고 유럽연합(EU)과는 포괄적투자협정을 체결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동맹들과 다시 연결하는 것이다. 단합된 전략으로 해야 한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으로 쿼드가 부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우리가 여기에 동참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의가 활발하다.

“중국 문제와 관련해 쿼드가 한국에 협력을 요청했을 때 이에 응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아이디어다. 만약 한국이 들어가면 쿼드가 아니라 ‘퀸텟’이 되지 않을까. 그 과정에서 (쿼드 사무국 역할을 하는)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양국 관계가 나쁜 이유는 알고 있지만 현재 시점에 갖고 있는 공통의 이해관계도 적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가 후순위로 밀린다는 우려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모든 것을 한꺼번에 최우선순위에 놓을 수는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을 정책 최우선순위에 놓고 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것이 실제로 만들어낸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최우선순위에 놓았음에도 전략을 갖고 있지 못했다.”

―당신은 일과 가정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낸 성공한 워킹맘이다.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일단 ‘잠은 선택(sleep is option)’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인생에서 큰일을 하고 싶으면, 결혼을 하고 자녀를 키우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면서도 중요한 커리어를 유지하고 싶다면 결국은 잠을 줄여야 한다. 우선순위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여성이 모든 것을 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동시에 하고 또 가질 수는 없다. 성취하고자 하는 것의 우선순위를 세워서 하나씩 해야 한다.”

제인 하먼 전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원장
△ 1945년 미국 뉴욕 출생
△ 스미스대,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
△1972∼73년 존 터니 상원의원 보좌관
△ 1976년 미 국방부 특별자문
△ 1993∼98년, 2000∼2011년 민주당 캘리포니아주 9선 하원의원
△ 2011∼2021년 우드로윌슨센터 원장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바이든#쿼드#퀸텟#제인 하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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