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테슬라화재 조작미숙 탓”… 전문가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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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대리기사 檢송치 예정”… 테슬라 제공 운행정보 토대로 분석
“충돌 직전까지 가속페달만 작동”… 전문가 “분석정보 정밀하지 않아”
법정서 증거능력 인정받을지 주목

지난해 12월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벽에 충돌하며 불탄 테슬라 차량. 뉴시스
지난해 12월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벽에 충돌하며 불탄 테슬라 차량. 뉴시스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고급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테슬라 전기차 충돌 화재 사건’을 경찰이 수사 약 4개월 만에 대리운전기사의 조작 미숙으로 인한 사고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사고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를 분석하지 못한 데다 테슬라에서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결과라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대리기사 A 씨(60)의 조작 미숙을 사고 원인으로 판단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경찰은 최근 사고 원인을 밝힐 핵심 단서로 지목돼 왔던 EDR가 손상돼 분석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해외에서 테슬라의 기록 정보를 추출하는 전용 장비까지 들여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경찰은 지난해 12월 테슬라에서 제공한 ‘텔레매틱스(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 운행 정보’를 토대로 사고 정황을 분석했다. 테슬라는 자사 차량의 운행 정보를 원격으로 수집해 빅데이터 등으로 활용한다.

이에 따르면 사고 차량은 충돌 직전까지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았다. 가속페달만 작동된 기록이 남아있었다. 국과수의 검사에서도 제동장치는 기계적 결함이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차량이 벽에 충돌하기 10초 전부터 가속을 시작했고 4초 전부터 가속페달이 최대치로 작동돼 시속 95km의 속도로 충돌했다”며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도 브레이크 등이 점등되지 않았으며, 추정 속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텔레매틱스 운행 정보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텔레매틱스 정보는 EDR 기록보다 정밀하지 않다. 판단 근거가 된 자료의 원본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돌 전 ‘10초 동안’ 가속페달을 밟았다는 것도 논란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 모델X는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이 3초 남짓이다. 이미 운행하던 차량에서 가속페달을 4초나 최대로 밟았다면 시속 100km를 넘겨야 맞다”고 했다. 김 교수도 “경험 많은 기사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기는커녕 최대치로 밟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차량이 급발진하며 전류가 과도하게 흘러 브레이크 등이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리기사 A 씨도 “차량이 급발진해 사고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통사고 전문인 한문철 변호사는 “이해관계에 얽힌 제조사에서 제공한 자료가 법정에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박종민 blick@donga.com·이기욱 기자
#경찰#테슬라화재#조작미숙#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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