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인사이트]“골프황제도 은퇴 피할수없어”… ‘포스트 우즈’ 대비하는 PGA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우즈 부상에 골프업계 비상

포효하는 타이거 우즈. AP 뉴시스
포효하는 타이거 우즈. AP 뉴시스
김정훈 스포츠부 기자
김정훈 스포츠부 기자
《‘우리가 우즈다.’

이달 초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 컨세션GC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워크데이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세계랭킹 11위 로리 매킬로이(32·북아일랜드)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미국)의 마지막 날 트레이드마크인 빨간 셔츠와 검정 바지를 입고 나타났다. 빨간 셔츠와 검정 바지, 일명 ‘검빨 유니폼’은 우즈의 상징이다. 매킬로이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이 일제히 우즈를 연상시키는 옷을 입은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었다. 많은 갤러리도 빨간 셔츠에 검정 바지를 입었다.》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위크’는 이 같은 우즈 따라 하기가 우즈의 쾌유와 복귀를 염원하는 의미의 ‘오마주’라고 분석했다. 우즈는 지난달 24일 차량 전복 사고로 두 다리 복합골절 등의 부상을 당해 수술을 받았다. 선수로부터 경기요원, 갤러리까지 골프를 사랑하는 모두가 한결같이 우즈의 쾌유를 바라며 응원한 것이다. 우즈가 당한 사고는 단순한 골프 선수 한 명의 사고가 아니었다. 우즈의 위기는 곧 골프산업 전체의 위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 혜성처럼 등장한 ‘우즈’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우즈의 등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즈가 PGA투어에 데뷔하기 이전인 1995년까지 PGA투어는 영국 출신의 닉 팔도와 호주 출신의 그레그 노먼이 양분하고 있었다. 당시 팔도는 만 38세, 노먼은 만 40세였다. 미국 국적이 아닌 두 선수가 1980년대부터 라이벌 구도를 그렸지만 골프 팬들은 새로운 스타를 원하고 있었다. 당시 몇몇 언론은 이 두 스타를 두고 “신선함도, 화제성도 없는 ‘골동품’ 같은 존재”라며 평가 절하했다.

미국에서 골프는 야구, 농구, 풋볼, 아이스하키 등 4대 프로스포츠에 밀려 소수의 팬들만이 즐기는 ‘그런저런’ 종목 취급을 받았다. PGA투어를 향한 스폰서의 후원도, 팬덤도 크지 않았다. 미국프로농구(NBA) 전체를 먹여 살린다는 찬사를 들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처럼 골프에도 슈퍼스타의 등장에 대한 갈망이 커져갔다.

이때 혜성처럼 등장한 주인공이 우즈였다.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낸 우즈는 1996년 8월 나이키의 후원을 받으며 프로 세계에 뛰어들었다. 프로 전향 후 우즈의 첫 인사말은 “헬로, 월드(Hello, World)!”였다. PGA투어를 넘어 세계 골프 역사를 바꿀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 우즈 등장 후 골프가 달라졌다

나이트의 말처럼 우즈는 세계 골프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었다. 폭발적인 장타와 정교한 쇼트게임에 상상을 초월하는 창의적인 코스 매니지먼트, 거기에 화려한 세리머니까지….

우즈의 상품성은 수치로도 입증됐다. 1997년 마스터스 대회를 TV로 지켜본 시청자는 역대 골프 대회 최다인 440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대회 최종 라운드가 열린 일요일의 시청률은 14.1%로 아직까지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하루 입장 가능한 암표 가격은 장당 7000달러(약 792만 원)까지 치솟았다.

우즈는 골프장 세팅과 다른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는 우즈 우승 이후 1999년 대회부터 전체 전장을 늘리기 시작했다. 장타를 휘두르며 너무 쉽게 경기를 풀어가는 우즈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였다.

우즈의 등장 이후 골프가 황금 알을 낳는 스포츠로 주목받으면서 체격이 좋은 꿈나무들이 골프에 몰려들었다. 골프장의 전장이 길어지면서 장타를 위한 근력 운동은 필수가 됐다. 신체 조건이 뛰어난 선수들이 서로 경쟁을 하다 보니 우즈 이후 매킬로이와 저스틴 토머스, 더스틴 존슨, 욘 람 등 젊은 스타들도 꾸준히 배출되고 있다.

스포츠 경영학을 전공한 김도균 경희대 체육학과 교수는 “나이키는 우즈를 후원하면서 골프 시장에 처음 들어와 전체 시장의 크기가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백인이 아닌 흑인 선수가 세계적 스타가 되면서 골프라는 종목에 인종의 다변화도 가져왔다”고 했다.

○ ‘포스트 우즈’ 준비해온 PGA투어

많은 사람이 우즈가 다시 골프채를 잡고 경기에 나설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높다. 매킬로이는 최근 우즈의 미래에 대해 “중요한 것은 우즈가 절름거리지 않고 다시 걷고 평범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재미로 골프를 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인생의 보너스다. 만약 경기에 나설 수 있다면 그것은 엄청난 보너스다”라고 말했다.

골프 전문 매체인 ‘골프다이제스트’는 ‘우즈가 없는 미래’라는 기사를 통해 “골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수인 아널드 파머가 은퇴하고, 잭 니클라우스가 은퇴해도 골프 경기는 계속됐다. 현재 우즈를 대체할 선수가 없을 수 있지만 우즈의 은퇴나 부상도 피할 수 없는 일일 뿐”이라고 보도했다.

물론 우즈의 부재가 골프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프로농구(NBA)의 전설 마이클 조던이 1998년 은퇴한 뒤 이듬해 NBA 결승전 TV 시청률은 그 전해보다 45% 감소했다. NBA는 조던의 부재를 회복하는 데 몇 년이 걸렸다. 하지만 PGA투어는 NBA보다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은퇴한 조던과 달리 우즈는 부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우즈는 허리 부상 등으로 자주 대회에 불참했다. PGA투어는 우즈 이후를 위한 ‘포스트 우즈’ 계획을 준비해왔다. TV 방송과 마케팅은 물론 팬들도 우즈가 없는 것에 점점 익숙해져 갔다.

PGA투어는 우즈의 부재를 새로운 스타들을 홍보하는 기회로 삼았다. 물론 아직 우즈 같은 대스타는 없다. 하지만 세계 랭킹 20위 선수들은 절반이 서로 다른 국가 출신에 평균 연령은 29세 미만이다. 그만큼 전 세계적인 인기 유지도, 앞으로 스타 탄생도 기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우즈를 대체할 선수로 흥미로운 전망도 있다. 바로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우즈의 12세 아들인 찰리 우즈의 존재다. 찰리는 여러모로 아버지를 빼닮았다. 물론 우즈의 아들이 훗날 그의 자리를 대체한다면 우즈의 신화는 계속된다. 만약이라는 미래일지라도 상상만으로도 골프팬들은 흐뭇해진다.

김정훈 스포츠부 기자 hun@donga.com
#타이거 우즈#부상#골프업계#포스트 우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