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스마트폰 사업 매각 아닌 ‘철수’ 가닥…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1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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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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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하는 방법에 대해 매각이 아닌 철수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상반기(1~6월) 출시를 예고했던 전략 스마트폰 ‘레인보우’를 포함해 스마트폰 전체 라인업의 출시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관심을 모았던 ‘LG 롤러블’ 역시 출시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이르면 다음달 초 이 같은 MC사업본부 사업 계획에 대한 결정을 내부 구성원과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LG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의 매수자, 조건 등에 연연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 스마트폰 사업본부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확실한 결론이 내려졌고, 현재 원만한 사업 정리 방식과 내부 인력의 재배치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당초 유력한 인수 대상자로 거론됐던 베트남 빈 그룹, 폭스바겐 등과 접촉하며 MC사업본부 전체, 혹은 일부 매각을 타진했지만 원만히 협상이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인력을 제외한 베트남 스마트폰 생산공장, 특허권 정도를 매물로 내놓았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LG전자가 이달 공개하기로 했던 전략 스마트폰 레인보우 출시는 전면 보류된 상태다. 레인보우는 LG전자의 플래그십 라인인 ‘V 시리즈’를 잇는 ‘유니버설 라인’의 스마트폰으로 지난해 출시한 ‘LG 벨벳’의 후속제품이다. 당초 올해 1분기(1~3월) 중 이동통신사 등과 협의를 거쳐 레인보우를 선보일 계획이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LG 롤러블’도 시장에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LG 안팎의 중론이다. LG전자는 “연구개발(R&D) 차원에서 LG 롤러블의 개발은 진행 중”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 상품화 단계를 밟을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팬층이 남아있는 한국, 북미 시장을 고려해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1% 안팎이라 높은 값에 사갈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현재 MC사업본부 인력을 생활가전(H&A)이나 자동차부품(VS) 사업본부뿐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 등 고용 수요가 큰 계열사로 재배치해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1월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힌 뒤 매각, 청산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해 왔다.

재계에서는 ‘아픈 손가락’이었던 스마트폰 사업을 떼어낸 LG전자가 어떤 방식의 체질개선을 이뤄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취임 후 약 3년이 지난 구광모 ㈜LG 대표가 자신만의 경영 색깔을 드러낸 결정이 바로 MC사업본부 철수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LG전자는 MC사업본부가 5년 넘게 연속 영업적자, 누적 적자가 5조 원에 달할 정도로 부진했지만 스마트폰 사업의 중요성 때문에 ‘철수 결정’을 내리지 못했었다.

재계 관계자는 “LG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스마트폰(옛 휴대전화) 사업을 떼어낸 뒤 LG전자가 빈자리를 어떤 사업으로 채우고, 글로벌 시장에서 재도약을 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심사”라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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