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우주선 안. 검은 깃을 세운 세 젊은이가 섰다. 4박, 7박, 5박으로 선동하는 기타 리프, 침공하는 드럼 리듬…. 지구를 깨부수러 온 조드 일당(영화 ‘슈퍼맨 2’) 같다.
“저는 사람들이 망가지는 걸 보고 싶어요. 현대 문명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이 깍쟁이 같아지잖아요. 우리 음악으로 흐트러졌으면, 다 내려놨으면 해요.”
11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 VIP 대기실에서 황소윤(24)이 바닥에 앉더니 구운 계란을 까먹으며 말했다. 특유의 운석 표면처럼 서걱대는 음성으로. 밴드 ‘새소년’의 리더, 보컬 겸 기타리스트다. 새소년은 11일부터 21일까지 전국 CGV에서 상영하는 콘서트 필름 시리즈, ‘아지트 프리미엄 라이브’(CJ 문화재단 제작)의 첫 주자다.
“제 날것의 표정을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니 어색해요. 저렇게 오만상을 찌푸리는 건 초집중할 때 나오는 표정이거든요. 연출자 지시 없이 그냥 푹 빠져 연주했어요.”(황소윤)
새소년은 2017년 데뷔해 독창적 음색, 감성, 사운드로 평단을 홀렸다. 2018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에 선정됐다. 지난해엔 미국 음악 매거진 ‘피치포크’ ‘페이스트’가 ‘올해의 록 앨범’ 중 하나로 그들의 미니앨범 ‘비적응’을 꼽았다. 지난달에 낸 신곡 ‘자유’는 심지어 사이키델릭 시대의 비틀스를 연상시킨다.
장엄 미사처럼 다가오는 첫 곡 ‘이방인’의 코러스, 파괴적으로 출렁이는 ‘심야행’의 간주까지…. 스크린 속 새소년은 ‘2021년 이 행성의 록스타는 우리!’라고 포효한다.
극장 화면에 클로즈업된 얼굴, 미국 매체의 찬사…. 기분은 어떨까.
“‘아, 그래?’ 그냥, 딱 이 정도….”(드러머 유수)
이 무감한 3인조를 들썩이려면 그래미상 정도는 줘야 할까.
“상 받는 것 자체가 재미가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황소윤)
황소윤은 근래 자기보다 28∼55세 많은 김현철, 한상원, 존 케일(벨벳 언더그라운드)과 공연이나 녹음을 했다. 기죽기는커녕 특유의 오만상을 쓰며 기타를 후렸다.
“쫄 게 뭐 있어요? 그 사람의 나이, 권력, 배경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 연주를 할 뿐이죠.”(황소윤)
그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트위터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와 여성 인권 등에 대한 라이브 대담을 나눴다. 앞서 JTBC ‘슈퍼밴드 2’가 남성 지원자만 받았을 때도 쓴소리를 냈다.
“인디 음악계에 투신했을 때 저는 이 판에서 제일 어리고 거의 유일한 여자였어요. 상관없었죠. 음악을 개(진짜)잘하면 끝나는 거니까요. 무대 위에서 저의 성(性)은 중요하지 않아요. 황소윤과 새소년 그 자체면 돼요. 빡치는 건 빡친다고 얘기하고, 프런트우먼 대신 프런트퍼슨이라고 소개하면서, 제가 선 곳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수정해 나가면 돼요.”(황소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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