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날것의 오만상, 클로즈업되니 어색… 쫄 게 뭐 있어요? 그냥 제 연주 할뿐이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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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인디밴드 공연을 영화로

CGV 콘서트 필름 ‘아지트 프리미엄 라이브’ 첫 주자 ‘새소년’

11일 인터뷰한 밴드 ‘새소년’은 여기저기에서 직접 주운 쓰레기를 옷에 매달고 나와 “우주 쓰레기들 콘셉트”라고 소개했다. 이들이 주연한 ‘아지트 프리미엄 라이브’ 영상은 기타 이펙터 페달 밟는 소리, 드럼스틱 고쳐 잡는 소리, 기타 앰프의 공회전 노이즈 따위까지 담아 현장감을 살렸다. 왼쪽부터 유수, 황소윤, 박현진.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CGV 콘서트 필름 ‘아지트 프리미엄 라이브’ 첫 주자 ‘새소년’ 11일 인터뷰한 밴드 ‘새소년’은 여기저기에서 직접 주운 쓰레기를 옷에 매달고 나와 “우주 쓰레기들 콘셉트”라고 소개했다. 이들이 주연한 ‘아지트 프리미엄 라이브’ 영상은 기타 이펙터 페달 밟는 소리, 드럼스틱 고쳐 잡는 소리, 기타 앰프의 공회전 노이즈 따위까지 담아 현장감을 살렸다. 왼쪽부터 유수, 황소윤, 박현진.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새하얀 우주선 안. 검은 깃을 세운 세 젊은이가 섰다. 4박, 7박, 5박으로 선동하는 기타 리프, 침공하는 드럼 리듬…. 지구를 깨부수러 온 조드 일당(영화 ‘슈퍼맨 2’) 같다.

“저는 사람들이 망가지는 걸 보고 싶어요. 현대 문명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이 깍쟁이 같아지잖아요. 우리 음악으로 흐트러졌으면, 다 내려놨으면 해요.”

11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 VIP 대기실에서 황소윤(24)이 바닥에 앉더니 구운 계란을 까먹으며 말했다. 특유의 운석 표면처럼 서걱대는 음성으로. 밴드 ‘새소년’의 리더, 보컬 겸 기타리스트다. 새소년은 11일부터 21일까지 전국 CGV에서 상영하는 콘서트 필름 시리즈, ‘아지트 프리미엄 라이브’(CJ 문화재단 제작)의 첫 주자다.

“제 날것의 표정을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니 어색해요. 저렇게 오만상을 찌푸리는 건 초집중할 때 나오는 표정이거든요. 연출자 지시 없이 그냥 푹 빠져 연주했어요.”(황소윤)

새소년은 2017년 데뷔해 독창적 음색, 감성, 사운드로 평단을 홀렸다. 2018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에 선정됐다. 지난해엔 미국 음악 매거진 ‘피치포크’ ‘페이스트’가 ‘올해의 록 앨범’ 중 하나로 그들의 미니앨범 ‘비적응’을 꼽았다. 지난달에 낸 신곡 ‘자유’는 심지어 사이키델릭 시대의 비틀스를 연상시킨다.

장엄 미사처럼 다가오는 첫 곡 ‘이방인’의 코러스, 파괴적으로 출렁이는 ‘심야행’의 간주까지…. 스크린 속 새소년은 ‘2021년 이 행성의 록스타는 우리!’라고 포효한다.

극장 화면에 클로즈업된 얼굴, 미국 매체의 찬사…. 기분은 어떨까.

“‘아, 그래?’ 그냥, 딱 이 정도….”(드러머 유수)

이 무감한 3인조를 들썩이려면 그래미상 정도는 줘야 할까.

“상 받는 것 자체가 재미가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황소윤)

황소윤은 근래 자기보다 28∼55세 많은 김현철, 한상원, 존 케일(벨벳 언더그라운드)과 공연이나 녹음을 했다. 기죽기는커녕 특유의 오만상을 쓰며 기타를 후렸다.

“쫄 게 뭐 있어요? 그 사람의 나이, 권력, 배경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 연주를 할 뿐이죠.”(황소윤)

그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트위터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와 여성 인권 등에 대한 라이브 대담을 나눴다. 앞서 JTBC ‘슈퍼밴드 2’가 남성 지원자만 받았을 때도 쓴소리를 냈다.

“인디 음악계에 투신했을 때 저는 이 판에서 제일 어리고 거의 유일한 여자였어요. 상관없었죠. 음악을 개(진짜)잘하면 끝나는 거니까요. 무대 위에서 저의 성(性)은 중요하지 않아요. 황소윤과 새소년 그 자체면 돼요. 빡치는 건 빡친다고 얘기하고, 프런트우먼 대신 프런트퍼슨이라고 소개하면서, 제가 선 곳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수정해 나가면 돼요.”(황소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새소년#밴드#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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