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끝 美의회도서관서 원본 찾아… 그 안에 약 3m 길이 문배도 담겨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복원 과정에서 광화문에 걸린 조선궁궐의 ‘문배도(門排圖)’ 실물이 처음 확인됐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등 조선 후기 기록에 전하는 궁궐 문배도가 구한말 촬영사진을 통해 실체가 확인된 것이다. 문배도는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벽사((벽,피)邪)의 의미를 담아 문에 붙이는 그림으로, 우리 전통 세시풍속 중 하나다.
8일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미국 잡지 ‘데머레스츠 패밀리 매거진(Demorest’s Family Magazine)’ 1893년 7월호에서 구한말 광화문을 촬영한 흑백사진이 발견됐다. 이 잡지는 그해 미국 워싱턴에 있는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내부를 찍었는데, 이때 북쪽 벽면에 태극기와 함께 걸린 광화문 사진이 촬영된 것. 재단은 이 ‘사진 속 사진’을 미국 디지털 아카이브 자료와 1년간 비교 조사해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원본 사진을 찾아냈다.

원본 사진에서 광화문에 붙은 금갑장군 그림은 위쪽 3분의 1만 온전하고 나머지 아랫부분은 찢겨진 상태다. 김윤정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문배도는 풀에 발라 문 위에 붙이는 게 보통”이라며 “비바람이 들이쳐 그림이 찢겨나가도 중간에 떼지 않았음을 사진을 통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이 광화문 촬영사진을 태극기와 함께 북쪽 벽에 걸어놓은 것도 인상적인 대목이다. 재단 관계자는 “북쪽은 왕을 상징한다. 워싱턴에 파견된 대한제국 관료들이 고종이 머무는 광화문 사진과 국가 상징인 태극기를 향해 예를 갖췄을 것”이라고 말했다.
궁궐에서 그리던 문배도는 조선후기 들어 민간에도 널리 퍼졌다. 이에 따라 사가(私家)에서 그린 금갑장군 문배도 1점이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 풍산 류씨 본가(화경당)에 소장돼 있다. 현존하는 문배도 가운데 유일한 완본이다.

문화재청은 미 의회도서관 소장 사진과 화경당 문배도를 바탕으로 고증 재현한 궁궐 문배도를 설 연휴(11∼14일) 광화문에 붙여놓기로 했다. 조선시대 척사의 의미를 살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의 염원을 담겠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문배도는 제거 시 훼손 가능성을 감안해 종이가 아닌 현수막 형태로 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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