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유산센터 ‘인천상륙작전 아카이브’ 눈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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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기획연구 프로젝트 진행
포격장면 등 사진-영상물 순회전시
시민들 상대로 구술채록 작업 병행
인천지역 독립운동가 행적도 정리

유엔연합군이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직전 인천시가지에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포탄으로 불타오르는 차이나타운 상가와 포격으로 화상을 입은 민간인 여성 등 인천 관련 자료가 최근 해외에서 수집됐다. 인천문화유산센터 제공
유엔연합군이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직전 인천시가지에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포탄으로 불타오르는 차이나타운 상가와 포격으로 화상을 입은 민간인 여성 등 인천 관련 자료가 최근 해외에서 수집됐다. 인천문화유산센터 제공
‘하늘과 거리의 불길이 온통 내 몸에 옮겨 붙은 듯, 고통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유엔군이 인천상륙작전을 개시하기 직전인 1950년 9월 10∼15일 두 차례에 걸쳐 북한 인민군 점령 지역인 인천에 로켓 6000발, 네이팜탄, 범용폭탄을 퍼부었다. 인천항과 월미도 주변 시가지는 몇몇 건물을 빼고 초토화됐다. 이런 사실을 알려줄 자료를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들지만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이 희귀자료를 많이 보관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 산하 인천문화유산센터가 NARA의 보관자료 중 인천과 관련된 6·25전쟁 자료를 확보해 책자로 발간하는 한편 인천에서 순회전시를 하고 있다. 해외에 있던 인천 관련 자료를 처음 수집한 데 이어 6·25전쟁을 겪은 인천 시민 30여 명을 상대로 한 구술채록 작업도 진행됐다.

6·25전쟁의 대반전을 이룬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인천이 ‘승리의 도시’로 소개돼 왔지만, 승리 이면의 희생은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 인천문화유산센터가 6·25전쟁 70년을 맞은 지난해부터 1950∼54년 인천에서의 전쟁 희생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발굴하면서 평화의 길을 모색하는 기획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먼저 지난해 10월 인천 역사를 정리한 역사의 길 제5집인 ‘인천과 한국전쟁 이야기-한국전쟁 70년, 평화를 묻다’를 펴냈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소속 한 연구원이 NARA에서 발굴한 6·25전쟁 자료 중 사진 93장, 지도, 문서 등을 추려 정리한 책자다. 책자 속의 사진들은 인천항에서 바라본 인천 시가지 폭격 피해 실상, 현 인천아트플랫폼 일대의 창고들에서 피어오르는 포탄 연기, 불에 탄 연초공장 건물, 선광빌딩 앞에서 나뒹구는 소련제 탱크, 폭격으로 잔해만 남은 월미도마을 등 처참한 광경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전쟁이 발발하자 인천에 있던 외국인들이 1950년 6월 27일 일본으로 도피하려고 인천항을 찾는 모습에서부터 인천상륙작전 직후 월미도 조탕 일대에서 북한 인민군을 체포하는 작전, 1954년 1∼2월 부평 포로수용소(현 미군 에스컴부대)에 있던 1만여 명의 중공군 포로를 미군 수송선으로 대만으로 송환하던 장면 등도 볼 수 있다.

센터는 ‘평범하지 않은 시대를 산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전시회를 통해 이들 사진과 영상물, 자료들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13∼25일 중구 개항장문화지구 내 제물포구락부에서의 1차 전시회에 이어 지난해 11월 4일부터 올 1월 20일까지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시청역사에서 2차 전시회를 마련했다. 인천상륙작전 때의 포격 장면과 미 육군 전투회보에 소개됐던 1·4후퇴 때 인천항 철수 모습을 5∼7분짜리로 편집한 영상물도 전시했다. 미군이 작성했던 인천항 주변의 상륙 대상 지형도, 시가지 지도 등의 자료도 볼 수 있다.

3차 전시회는 올 6∼9월 중구 월미산 중턱의 ‘탄약고쉼터’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이 쉼터는 미군과 한국군이 월미산에 주둔할 때 탄약고 창고로 쓰였는데, 군 철수 이후 전시실로 꾸며진 것이다. 월미도 일대의 전쟁 피해 실상을 알려주는 사진과 자료 위주로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센터는 이와 별도로 일제강점기 인천독립운동가 발굴, 강화도 국방유적지(돈대) 기록 등 ‘인천 아카이브’ 작업을 체계적으로 펼치고 있다. 일제 경찰에 체포돼 감시기록카드에 등재됐던 인천 지역 독립운동가 40여 명의 행적을 ‘잊혀진 이름들’이란 제목의 책자(인천역사의 길 제3집)로 정리했다. 또 강화도 해양 국방유적지인 돈대 27곳을 1년 가까이 답사한 끝에 해상 및 항공촬영 기법을 동원한 자료집을 최근에 냈다.

인천문화유산센터 관계자는 “지역사를 토대로 한 문화유산을 시민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자료 수집 프로젝트를 꾸준히 펼치면서 인천디지털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인천문화유산센터#인천상륙작전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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