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존 대북정책 폐기 공식화… 靑 “트럼프 성과 계승”과 배치

윤완준 기자 , 박효목 기자 , 권오혁 기자 입력 2021-01-25 03:00수정 2021-01-25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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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북핵해법 ‘새로운 전략’ 거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뒤 첫 공식 대북 메시지로 “새로운 전략(new strategy)을 채택하겠다”고 밝히면서 2018년 싱가포르 선언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옛 정책’ 계승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과 온도 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밝힌 ‘트럼프 정부 성과 계승’을 미국에 무리하게 설득할 경우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한미 간 파열음이 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새로운 전략’의 의미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의미 파악에 나섰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22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미리 준비한 답변을 읽어 나갔다. 그는 “우리는 미국인과 동맹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면서 ‘대북 압박 옵션’ 등을 거론했다. 그는 “대통령의 관점은 의문의 여지없이 북한 핵과 탄도미사일, 다른 핵 확산 관련 활동이 국제 평화와 세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분명히 대북 억제에 핵심 이익(vital interest)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북) 억지에서 협력하기 위해 미국은 (아시아) 지역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도 했다.

‘새로운 전략 채택’의 공식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를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싱가포르 합의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18일 신년 기자회견 발언과 배치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이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뚜렷한 대북정책이 없었던 ‘전략적 인내’ 방침에서도 탈피해 북핵 억제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 정부가 이전 정부를 계승한다거나 현 전략 그대로 가겠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과 긴밀히 공조하겠다고 한 만큼 한국과 협의를 통해 대북 정책 방향을 수립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간 톱다운 방식 대북 접근법을 실패로 규정한 바이든 행정부에 우리 정부가 2018년 싱가포르 회담 때처럼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면서 북-미 회담을 중개하려 할 경우 미국이 거부감을 보일 수도 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백악관의 발표는 트럼프 행정부를 계승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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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당장 협상보다 북핵 문제의 심각성과 대북 억지를 강조한 만큼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와 ‘강 대 강, 선 대 선 원칙’을 주장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임기 초반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도 높아졌다.

정부 안팎에서는 백악관이 밝힌 ‘새로운 전략’이 대북 압박을 강화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한 뒤 2015년 이란핵합의(JCPOA) 때처럼 북-미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여러 국가가 협상에 참여하는 다자 해법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 없이는 대북 제재의 구멍을 막을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지명자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과 최상의 핵 거래 모델은 이란”이라며 다자 방식의 북핵 협상과 이를 위한 대북 제재 강화를 강조해 왔다.

이런 가운데 미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 시드니 사일러 북한 담당관이 22일 “북핵 문제의 재다자화(re-multilateralization)”를 강조하면서 “6자회담과 같은 다자적 접근”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나서 주목된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한국·일본 담당 보좌관을 지낸 그는 국무부 등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핵협상 방식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시도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미국이 JCPOA에 복귀하는 과정이 북한에 중요한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박효목·권오혁 기자
#대북정책#트럼프#북핵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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