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교착 풀리겠지만… 대북전단금지법 놓고 갈등 심해질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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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 D-6] <中> 한미동맹, 기회이자 도전
주한미군 감축 갈등도 해소 예상… 월말께 대북전단법 美청문회 주목
美, 한일갈등 해결 압박 거셀듯… 對中견제 동참 요구땐 부담 커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20일·현지 시간)이 6일 앞으로 다가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집권은 한미동맹 이슈들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노골적 압박은 사라지겠지만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의 역할을 요구받으며 미중 갈등과 한일 갈등 속에서 한국이 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물밑에서 서울과 도쿄에 한일 갈등을 해결하라고 촉구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 인사들과 가까운 미국의 전직 관료는 13일 동아일보에 “한미일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한미군 철수, 한미 방위비분담금 증액 등을 노골적으로 압박해 동맹관계를 흔들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미관계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반면 미중 갈등과 한일 갈등 속에서 한국이 더 어려운 숙제를 받아들 수 있다고 내다본 것.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과 가까운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최근 동아일보에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들과의 관계 개선을 외교안보 정책의 1순위로 삼고 있어 한미동맹이 강화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동맹 강화의 중요한 변수인 한일관계의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는 데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대중 강경 기조가 유지된다는 점 등이 새로운 갈등 요소로 떠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여기에 대북전단금지법 논란 등 미 민주당 행정부가 전통적으로 중시해온 인권 문제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한미 정상회담 시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불투명한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측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정상회담 날짜를 구체적으로 조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한미 정상 간 통화를 먼저 하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방위비 문제는 빨리 해결될 것”

바이든 행정부는 아시아 지역 동맹 간 연대 강화에 필수조건으로 보고 있는 한미일 3국 협력을 위해 한일 관계 개선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동아일보에 보낸 이메일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한일 간에 계속되는 긴장이 (중국으로부터 오는) 안보 위협을 해결하는 데 역효과를 낳는다고 볼 것”이라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처럼 막후에서 서울과 도쿄에 (관계를 개선하라는) 엄중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이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적극 개입했다.

다만 방위비분담금 협상과 주한미군 철수 위협 등 트럼프 행정부 때 한미 간 갈등의 원인이 됐던 이슈에 대한 우려는 빠르게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뒤집기 전인 지난해 3월 한미 협상단이 잠정 합의했던 수준에서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주한미군 감축 압박에서도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 의회가 주한미군 주둔 규모를 현행(2만8500명)으로 유지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안(NDAA)을 처리한 것도 바이든 당선인의 동맹 중시 기조가 반영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 “대북전단금지법, 워싱턴은 경악 분노”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인 한국이 중국 견제에 협력해야 한다는 요구도 함께 해올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고위인사 제재와 비자 제한, 화웨이를 비롯한 5세대(5G) 통신기술 통제 등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군사적 위협을 견제하기 위한 협력 요구도 있을 수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오미연 국장은 “한국은 미중 경쟁 속에서 보다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미국의 관심사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북전단금지법 논란이 바이든-문재인 정부의 초기 관계구축 과정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동아일보에 보낸 이메일에서 “청와대가 대북전단금지법이 워싱턴에서 일으킨 경악과 분노의 수준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미 의회 산하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열기로 한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가 새로운 한미관계를 점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박효목 기자
#바이든 시대#한미동맹#주한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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