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기쁘지만… 돈보다 日정부의 진정한 사과 받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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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정부 배상” 위안부 판결]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반응
“먼저 간 언니들과 기쁨 나누고 싶어”

“우리가 일본 (정부)에다가 소송하는 건 사죄가 필요해서다. 돈 문제가 아니다.”

일본 정부의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배상 책임을 처음 인정한 8일 판결의 원고 12명 중 5명의 생존자 가운데 한 명인 이옥선 할머니(94)는 법원 판결에 대해 “개운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하나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솔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옥선 할머니가 머물고 있는 나눔의집은 “일본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 끔찍한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93)는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참 좋습니다. 너무 고마운 일입니다”라며 흐느꼈다. 숨을 한참 동안 고른 뒤 이 할머니는 “그래도 아직 일본이 사과하지 않았다. 확실한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선고 직후 판결 소식을 접한 이 할머니는 “오늘을 손꼽아 기다렸다. 13일은 서울중앙지법에 간다. 하루 전에 올라가서 선고 결과를 기다릴 것이다. 먼저 간 언니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이 할머니가 다른 피해 할머니 20명과 함께 같은 취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1심 선고는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이 할머니는 또 “법원이 결정을 내린 것은 상징적인 것”이라며 “돈(배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받아야 한다. 살아있을 때 꼭 받아야 하는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정의기억연대는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국제인권법의 인권 존중 원칙을 앞장서 확인한 선구적이고, 기념비적인 판결”이라고 밝혔다. 위안부피해자가족대책협의회는 “대한민국 법원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위안부 사건은 나치 전범과 함께 20세기 최악의 인권침해 사건임에도 양국의 무책임 속에서 오랜 기간 피해 회복에 소극적이었다”며 “이번 판결은 이러한 상황에 경종을 울림과 동시에 피해자들의 실효성 있는 권리 구제를 위한 발판이 됐다”는 성명을 냈다.

장영훈 jang@donga.com·전채은 기자
#위안부 배상 판결#위안부 피해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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