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 야구 꽃피운 ‘헐크의 기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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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2014년부터 현지 보급
사재 보태 국제규격 야구장 지어
9일 첫 야구대회 플레이볼

‘야구 불모지’였던 라오스에 첫 야구팀과 야구장을 만든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앞줄 가운데). 지난해 완공된 DGB야구장에서는 9일부터 ‘제1회 주라오스 한국대사배 야구대회’가 열린다. 헐크파운데이션 제공
‘야구 불모지’였던 라오스에 첫 야구팀과 야구장을 만든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앞줄 가운데). 지난해 완공된 DGB야구장에서는 9일부터 ‘제1회 주라오스 한국대사배 야구대회’가 열린다. 헐크파운데이션 제공
‘헐크’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라오스에서 야구 꽃을 활짝 피웠다.

한국 프로야구의 원년 스타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63)은 7일 “라오스에 생긴 야구장에서 첫 야구 대회가 열린다.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전해 왔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 인근에 위치한 DGB야구장에서는 9일부터 다음 달 27일까지 ‘제1회 주라오스 한국대사배 야구대회’가 열린다. 남녀 3개 팀씩 총 6개 팀이 출전해 주말리그를 치러 우승팀을 가린다.

수년간의 노력 끝에 지난해 완공된 이 야구장은 인도차이나반도 최초이자 유일한 인조잔디 구장이다. 오랜 세월 라오스 야구 저변 확대에 힘쓴 이 이사장의 열정에 감동한 라오스 정부가 6만9000m²(약 2만1000평)의 땅을 무상 제공했고, 대구은행이 3억 원의 건설비를 지원했다. 후원금과 이 이사장의 사재까지 털어 라오스 최초의 국제 규격 야구장을 만들었다.

이 이사장과 라오스의 인연은 2014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로야구 SK 감독에서 물러난 이 이사장은 ‘야구 불모지’ 라오스를 찾아 야구 보급에 매달렸다.

야구란 종목을 처음 접해본 현지 학생들에게 훈련을 시켰다. 야구장이 따로 없어 축구장에 선을 그려 놓고 야구를 했다. 처음에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지켜보던 라오스 정부 관계자들도 서서히 마음을 열었다. 이 이사장은 라오스 최초의 야구팀 라오제이브러더스 창단을 이끈 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 출전시켰다. 이 이사장이 직접 감독을 맡았다. 상대 팀과의 수준 차를 실감하며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지만 라오스 최초로 아시아경기 야구 종목 출전이라는 역사를 썼다.

이번 대회에는 라오제이브러더스 남녀 클럽 팀과 남녀 고교, 대학 팀 등이 출전한다. 이 가운데 제대로 야구를 하는 팀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부분인 라오제이브러더스 정도다. 이 이사장은 “고교 선수들은 투아웃인데도 번트를 댈 정도로 아직 야구를 잘 모른다.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야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몸과 마음을 건강히 하려는 의욕은 넘쳐흐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관계로 현지 방문이 쉽지 않아 국내에 머물고 있는 이 이사장은 “이제 겨우 첫발을 디뎠을 뿐이다. 향후 베트남과 미얀마, 캄보디아 등 인도차이나반도의 다른 나라들에도 야구를 보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라오스#야구#이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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