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국방백서’에도 “북한은 적” 표현 빠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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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개선의지 강조한듯… 군 안팎선 “지나친 저자세”

군 당국이 이달 중순에 펴내는 ‘2020 국방백서’에서도 ‘북한군은 적’이라는 표현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발간된 국방백서(2018 국방백서)에서 해당 문구를 삭제한 이후 그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8차 노동당 대회 등 대형 이벤트를 치르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동시에 집권 5년 차를 맞는 현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국방백서는 대미·대북 안보군사 현안 등 국방정책을 알리는 정부 문서로 2년 주기로 발간된다.

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중순에 발간되는 ‘2020 국방백서’는 ‘2018 국방백서’와 마찬가지로 북한군과 북한정권을 적으로 지칭하는 문구가 포함되지 않는다. 앞서 군은 ‘2016 국방백서’까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사이버 공격 등을 주요 안보위협으로 규정하고, “이런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 주체인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기술했다.

하지만 2019년 1월에 발간된 ‘2018 국방백서’에선 남북관계를 고려해 이 표현이 빠졌다. 그 대신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 적시했다. ‘2020 국방백서’도 거의 같은 내용으로 기술된다고 한다.

앞서 지난해 9월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2020 국방백서’에 북한군을 적으로 다시 표기할지 여부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거쳐 작성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통상 국방백서는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검토와 국방부 장관의 결재를 거쳐 국방부 홈페이지에 실리고, 책자 형태로 발간된다. 정부 소식통은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독자적 남북협력 구상을 강조한 만큼 북한을 화해협력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북측도 적극 호응하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정권이 지난해 10월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신형 무기를 대거 공개하는 등 핵·마사일 증강에 몰두하는 상황에서 국방백서에 대북 유화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지나친 저자세라는 지적도 군 안팎에서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2020 국방백서#북한은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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