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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자가격리 노인-장애인 24시간 돌봐요”

입력 2021-01-07 03:00업데이트 2021-01-0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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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사회서비스원 긴급돌봄… 방호복 입고 식사-목욕 등 챙겨
“딸이 ‘엄마가 영웅’ 치켜줘 뿌듯”
요양시설 감염 늘며 인력 부족… 300명 모집에 지원은 50명 그쳐
사람들이 거의 잠든 오전 1시, 전신을 감싸는 방호복 차림의 요양보호사 염순남 씨(57)는 A 씨(78)의 체온을 재고 호흡을 살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염 씨가 돌보는 A 씨는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서울 구로구의 요양병원에서 지냈다. 그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염 씨가 있는 서울 중구의 이곳 숙박시설로 오게 됐다.

염 씨는 “어르신이 잠자리에 들 때도 마스크를 쓰는데 혹시라도 벗겨질까 봐 마스크를 두 손으로 누르고 있어야만 잠이 든다”며 “마스크가 생명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필사적인 어르신을 보면 안쓰럽다”고 했다. 구로구 요양병원에 있었던 A 씨는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옆자리 단짝이던 어르신과 담당 보호사는 확진돼 충격이 컸다고 한다. 염 씨는 “어르신이 당시 상황에 대해 ‘전쟁터 같았다’고 기억하신다”고 전했다.

염 씨는 지난해 9월부터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소속 긴급돌봄인력으로 일하는 요양보호사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요양병원·장애인시설 이용자 중 코로나19에 확진되진 않았지만 자가 격리된 이들을 돌보는 일을 한다. 시설 집단감염의 생존자는 음성 판정을 받았어도 다시 확진되는 사례가 많아 ‘시한폭탄’과 같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그들을 돌보는 염 씨 같은 보호사의 손길이 없다면 그들은 일상을 영위할 수 없다.

염 씨는 “처음엔 딸이 ‘엄마 코로나 걸리면 안 된다’고 말렸는데 이젠 ‘엄마 같은 사람이야말로 진짜 영웅’이라고 말해준다”며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면 능력이 닿는 한 내 역할을 감당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돌봄 서비스가 중단될 위기에 처한 노인·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3월 긴급돌봄지원단을 구성했다. 처음엔 직원들로만 운영하다 지난해 9월 이후 시설 집단감염이 속출하면서 추가 인력을 모집하게 됐다.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2주간 자가 격리해야 하는 노인·장애인과 별도 시설에 동반 입소해 24시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주 임무다. 3교대 근무 특성상 1명당 3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박정호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팀장은 “원래 요양 돌봄이 쉬운 일이 아닌데 전신 방호복을 착용한 상태로 식사, 거동, 목욕까지 챙겨야 해서 고생을 많이 하신다”며 “코로나 감염 우려도 있기에 지원율이 저조한 편”이라고 했다.

지원자는 적지만 3차 대유행 이후 시설 집단감염이 다수 발생하면서 돌봄 인력 수요는 늘고 있다. 최근 2주간 돌봄 서비스를 요청한 노인·장애인만 10명 이상이다. 투입된 30여 명의 돌봄 인력은 대부분 50대 중후반으로 남녀 성비는 2 대 8 정도다. 서비스원 관계자는 “남성 노인, 장애인 수요도 계속 발생해서 남성 지원자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지금도 만 63세 미만의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자격증 소지자 등을 대상으로 긴급돌봄지원단을 모집하고 있다. 공백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인력이 300명가량 필요하지만 6일 현재까지 지원자는 50명 남짓이다.

정한나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팀장은 “근로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보호 장비, 안전 대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고되고 위험한 일이기에 지원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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