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부총리 한은총재가 내놓고 걱정할 지경 된 자산 거품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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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정책을 이끄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통화정책 책임자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어제 한목소리로 자산시장으로의 ‘과도한 유동성 쏠림’을 경고했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실물과 금융 간 괴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고, 이 총재도 “부채 문제와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등 해결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작년 경제가 23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는데도 집값은 14년 만에 가장 많이 상승하고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걸 경계한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경제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660만 명 자영업자들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지난해 6월 말 자영업자의 대출잔액이 755조1000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70조2000억 원이나 불어난 것도 빚으로 하루하루 버티는 자영업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 많은 중소기업은 정부의 대출만기 유예가 끝나면 당장 무너질 ‘좀비 기업’ 상태다.

반면 사상 최저 수준의 시중금리와 300조 원의 정부 재정, 정책자금 영향으로 넘쳐나는 유동성은 실물경제가 아닌 주식,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 ‘자산 거품’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에만 200만 명이 새로 합류해 1000만 명으로 불어난 개미투자자들은 주식 64조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로 집값이 급등하자 “주식밖엔 답이 없다”며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이들도 급증했다.

새해 벽두부터 홍 부총리와 이 총재가 유동성 문제를 거론한 건 실물경제의 뒷받침 없이 만들어진 자산 버블은 작은 충격에도 꺼질 수 있고, 이때 빚을 내 투자한 이들은 채무불이행 상태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유동성을 회수할 수 없다 보니 우선 구두(口頭) 경고에 나선 것이다. 실물과 금융의 괴리는 위기가 끝났을 때 경기회복을 가로막는 심각한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늦기 전에 정부 당국은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리스크를 관리할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경제부총리#한은총재#자산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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