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민의 주얼리어답터]주얼리, 色을 입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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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 ‘디올레트 컬렉션’, 89가지 래커컬러 사용
부쉐론, 세라믹 소재 활용해 선명한 색채 표현

디올의 디올레트 목걸이와 반지
디올의 디올레트 목걸이와 반지
예술가에게 색은 창작의 원동력이자 끝없는 연구 대상이다. 때론 울트라 마린의 푸른빛을 위해 라피즈 라즐리라는 보석을 갈아 물감 원료를 만들었고, 스테인드글라스를 활용해 빛의 힘을 빌려 색채를 창조하기도 했다.

색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노란색을 예로 들면, 빈센트 반 고흐처럼 유화물감을 듬뿍 발라 아를 들판의 노랑을 표현할 수 있고, 알루프르 엘리아센과 같이 인공 빛을 활용해 태양의 강렬한 노랑 빛을 구현할 수 있다. 리오넬 에스테브처럼 노란색 꽃을 꺾어 말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색과는 뗄 수 없는 주얼리 분야에서도 색채는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사파이어, 에메랄드와 같이 컬러 스톤을 사용하는 전통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새로운 소재의 활용, 페인팅 등 흥미로운 시도도 주목받고 있다. 주얼러들이 색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컬러, 세라믹을 입다


부쉐론 콰트로 블루에디션 미니링 펜던트
부쉐론 콰트로 블루에디션 미니링 펜던트
프랑스 하이주얼리 브랜드 부쉐론은 최근 ‘콰트로 블루 에디션’을 출시했다. 이탈리아어로 숫자 4를 뜻하는 콰트로 컬렉션은 네 개의 다른 반지를 하나로 만든다는 발상에서 탄생했다. 소재와 텍스처, 패턴 또한 제각각인 반지를 멋지게 레이어링한 듯한 느낌을 준다.

블루 컬러를 강조한 이번 컬렉션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세라믹 소재를 활용해 색채를 표현한 것이다. 반지의 한 개 층이 세라믹을 사용해로 부쉐론만의 시크한 컬러 플레이를 펼쳤다. 컬러에 따라 레드, 블랙, 화이트, 블루와 같이 컬렉션의 이름이 붙여진다. 세라믹은 전통적으로 소재 특유의 유니크함과 흠집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선명한 색을 표현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쉐론은 자체 기술을 바탕으로 하이-세라믹 소재를 사용해 부드럽고 담백한 색상을 구현했다. 이번 블루 에디션은 데님의 은은한 푸른빛에서 영감을 받았다. 두 개 층으로 구성된 반지와 목걸이 형태의 펜던트도 있어 부쉐론만의 컬러를 느낄 수 있다.

래커로 피어난 정원


부쉐론의 콰트로 화이트에디션 라지링과 레드에디션 스몰링
부쉐론의 콰트로 화이트에디션 라지링과 레드에디션 스몰링
더욱 화려한 색채로 여행을 떠나보자. 디올의 창립자 크리스찬 디올은 그의 유년시절을 보냈던 그랄빙 저택을 사랑했다고 전해진다. 디올의 ‘디올레트 컬렉션’은 밀리 라 포레에 있는 디올의 정원을 재현하는 듯 자연의 컬러들이 화려하게 피어나는 주얼리들로 가득하다. 디올 주얼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빅투아르 드 카스텔라는 디올레트 컬렉션에만 89가지 래커 컬러를 사용했다.

디올은 장인정신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장인이 직접 붓을 사용해 채색한 래커 페인팅을 과감하게 사용했다. 커다란 스톤 주변에 흩뿌려진 디올의 과감한 색채는 생기 넘치는 우아함을 뿜어낸다. 게다가 래커 채색된 벌 위에 세팅된 시트린이나, 각양각색의 꽃송이 사이에 위치한 아쿠아마린은 컬러스톤과 래커의 멋진 균형을 보여준다. 래커 공예의 바탕이 되는 골드 소재는 색채 사이사이에서 일종의 아웃라인 역할을 하는데, 이로 인해 주얼리의 조형미와 회화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어 다채로운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반지를 착용했을 경우 손가락 위에 나만의 작은 정원이 생긴 듯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경민 갤러리아 명품관 하이주얼리&워치 담당 바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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