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상최악 전세대란, 어물쩍 사과 아닌 근본 정책전환을

동아일보 입력 2020-10-17 00:00수정 2020-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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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어제 열린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수도권 전세시장 불안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전날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신규로 전셋집을 구하는 분들의 어려움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7월 말 야당과 전문가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군사작전 벌이듯 임대차보호법을 도입하고는 “몇 달 지나면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며 의기양양해하던 분위기에서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가을 이사철을 맞은 부동산 시장에선 희한한 일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다주택 고위공직자란 지적을 피하기 위해 경기 의왕 아파트를 팔려던 홍 부총리는 옮겨갈 집을 못 구한 세입자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계약이 무산되고 위약금까지 물어줘야 할 처지다. 순순히 집을 비워주는 대가로 500만∼1000만 원의 위로비를 요구하는 세입자도 많다고 한다. 집주인을 ‘가진 자’로 보는 정부가 세입자 권리만 대폭 강화하는 바람에 시장 거래의 균형과 룰이 무너진 것이다.

이번 전세난은 1인 가구 등 가구 수는 계속 늘어나는데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새 아파트와 전셋집 공급을 위축시킨 정부 정책이 가장 큰 원인이다. 금리는 낮은데 7월 말 임대차보호법 통과로 전월세상한제가 도입되자 전세 매물이 더 줄고 월세만 늘어났다. 계약갱신요구권 신설로 기존 세입자는 2년 이상 여유가 생겼지만 신혼부부, 사회초년생은 전셋집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때문에 자기 집에 입주하려고 세입자를 내보내는 집주인도 많다.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이런 정책들을 과속으로 밀어붙인 결과가 ‘아파트 전셋값 서울 68주, 수도권 62주 연속 상승’ 기록이다.

홍 부총리는 이사 갈 전셋집도 못 찾아 난처한 상황이라고 한다. “전세보다 좋다던 월세 살면 되겠다” “전세난민 돼보니 서민 심정이 이해되냐”는 조롱이 나오지만 부총리는 월세로라도 집을 구할 여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빠듯한 수입에 월세가 부담스러운 일반 세입자들은 수억 원씩 오른 전셋값에 외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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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에 시달리는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건 자기 발등 찍어가며 소극(笑劇)을 연출하는 당국자의 사과가 아니다. 실패한 규제 일변도 정책 주도자들을 물러나게 하고 시장과 경제 원리에 맞게 부동산 정책을 근본적으로 대전환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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