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 재발 부담 커…치료제 잘 쓰면 큰 효과 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4일 1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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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철환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
방철환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
건선은 신체 면역체계 문제로 발생하는 전신 염증성 질환이다. 증상의 악화와 호전이 반복돼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

건선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지만 특정 면역세포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면역세포에 문제가 생기는 이유에 대해서는 연구 중이다.

면역세포 이상은 피부 각질형성 세포를 빠르게 증식해 은백색의 비듬과 같은 두꺼운 각질을 만들어낸다. 건선은 전신의 어느 부위에나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팔꿈치, 무릎, 두피, 둔부 등에 잘 생긴다. 초기에는 무릎, 팔에 오는 경우가 많은데 악화되면 원래 있던 자리를 벗어나 주위의 피부로 점차 확산되는 양상을 보인다. 악화 정도에 따라 중증도를 결정하고 전체 몸 면적 대비 건선병변이 발행한 면적을 계산해 진단한다.

건선은 젊은 시기에 발병해 만성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치료 시 환자의 정상적인 사회생활, 삶의 질 문제 등에 따라 안전성, 장기 지속성, 투여 편의성, 약물에 대한 항체반응(AntiDrug Antibody)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방철환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에게 중증 건선에 대해 들어봤다.

Q. 건선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아직도 건선이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A. 건선은 유전적 인자가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부모가 모두 건선인 경우 자녀가 질환에 걸릴 확률은 41%다. 또 부모 중 한 명이 건선이면 자녀가 건선에 걸릴 확률은 14% 정도다.

건선은 건조한 피부, 계절, 피부 자극, 스트레스, 목감기, 흡연과 음주, 비만, 약물 등에 의해 증상이 나타나거나 악화될 수 있다. 여러 가지 동반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는데 건선의 중증도가 높을수록 동반 질환의 발병 가능성도 높아진다. 건선 환자들에게서 주로 발생하는 동반 질환으로는 건선성 관절염과 심혈관계질환인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비만 등이 있다. 우울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Q. 건선은 요즘 같은 환절기와 날이 춥고 건조해지는 겨울에 더 심해진다고 들었다. 계절과 건선 사이의 상관관계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자외선은 건선의 치료제이기도 하다. 가을과 겨울은 건조하고 일조시간이 짧다. 옷을 두껍게 입어 햇볕 노출이 적어지는데 이런 것이 건선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 대기가 건조하고 실내 온도가 높아 피부 건조를 유발한다. 피부 건조가 계속되면 염증이 발생하는데 이 염증이 건선을 악화시킨다.

Q. 건선은 비전염성 질환임에도 겉으로 드러나는 병변의 특성 때문에 환자들의 심리적 고통이 상당할 것 같다. 환자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A. 피부에 나타나는 형태 때문에 질환에 대한 편견을 갖는 경우가 많다. 실제 건선 환자들은 수영장, 미용실, 헬스장 등의 공공장소 출입에 있어 직간접적 제약을 받는 등 사회적, 정서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호소한다. 특히 스트레스가 환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사회적 편견은 환자들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해 증상의 악화를 야기할 수 있다.

건선은 호전과 악화가 끊임없이 반복되기 때문에 계속되는 재발에 고통 받는 환자들이 대다수이다. ‘치료되지 않는 질환’이라는 선입견과 장기간 치료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지레 겁을 먹고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건선 유발 인자로 밝혀진 인터루킨-23만을 타깃해 안전하게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물론, 치료 효과를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어 재발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투여주기를 놓치더라도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것은 물론 투여 중단 후 다시 투여하더라도 증상 재발을 억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과 비슷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Q.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병원 방문을 꺼리거나 주저하는 환자도 있을 것 같다.

A. 건선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발병하는 질환이다. 대개 면역 이상이라고 하면 ‘면역의 저하’를 생각하는데 사실 대부분의 병은 면역 저하가 아니라 면역 시스템이 과다하게 자극되거나 지속돼 생긴다. 면역 시스템은 필요한 곳에, 필요한 순간에만 작동해야 하는데 건선과 같은 질환은 면역 시스템이 과도하게 오래 지속돼 염증 반응이 시작된다. 그 결과 피부가 이상 증식돼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건선과 같이 특정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생기는 병에서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면 면역반응을 적정하게 줄여 면역 시스템의 밸런스를 맞춰줄 수 있다. 생물학적 제제 중에서도 건선 발병의 주요 원인이 되는 면역세포의 신호전달 경로를 표적해서 차단하는 인터루킨 억제제는 다른 치료제에 비해 안전하고 재발의 위험이 적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했던 유럽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생물학적 제제의 사용이 코로나19의 감염률을 높이기는 하나 코로나19의 중증도를 높이거나 사망률을 높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베로나 지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980명의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한 건선 환자에서 입원을 하거나 사망이 발생한 예는 없었으며, 롬바르디아(Lombardia) 지역에서 생물학적 제제와 소분자 억제제를 사용한 1193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코로나19로 중환자실에 입원하거나 사망하는 위험도는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Q. 중증도에 따라 건선 치료 방법이 다른가.

A. 건선은 중증도에 따라 경증, 중등증, 중증으로 나눈다. 경증 건선의 경우 주로 약을 바르는 국소치료법을 시행하고 중등증이나 중증 이상의 건선 환자에는 광선치료, 전신 치료법, 생물학적 제제를 단독·병행·복합적으로 사용한다.

국소치료법은 연고나 로션, 겔 형태의 국소치료제를 피부에 직접 바르는 방법이다. 국소치료제는 건선 환자의 필수 치료제로서 건선 환자의 증상 조절에 가장 먼저 사용된다.

광선치료는 건선이 생긴 부위에 자외선B 광선을 쪼여 건선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병원에 자주 내원하는 대신 비교적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전신 치료법은 경구약을 복용하는 치료법으로 국소 치료제나 광선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이 생긴 환자에게 권고되는 치료법이다.

생물학적제제 치료법은 피부나 근육에 주사하는 치료법으로 다른 치료법으로 치료가 어려운 경우나 중증의 심한 건선 환자에게 사용된다. 생물학적 제제는 건선에 관여하는 면역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며 TNF-α 억제제, 인터루킨-17 억제제, 인터루킨-23 억제제 등이 있다. 각각의 생물학적제제는 나름의 장점과 단점이 존재한다. 판상 건선의 경우 최근에는 부작용 위험이 적으며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뛰어난 인터루킨-17 억제제와 인터루킨-23 억제제가 각광을 받고 있다.

Q. 건선 치료 시장에 생물학적 제제가 등장한지 몇 해가 흘렀음에도 아직도 많은 환자들이 생물학적 제제 투여를 주저하고 있는 것 같다. 환자들이 투여를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아무래도 환자들이 부작용을 우려해 생물학적 제제 투여를 망설이곤 한다. TNF-α 억제제는 인터루킨 억제제에 비해 좀 더 광범위하게 작용하며 결핵의 발병 위험 증가와 같은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 나온 인터루킨 억제제는 특정 인자를 표적해 차단하기 때문에 결핵과 같은 이상 반응이나 감염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인터루킨 억제제 중에서도 인터루킨-17 억제제는 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는 반면 인터루킨-23 억제제와 같이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고 장기 효과 지속성과 안전성 데이터를 가진 치료제도 있다. 따라서 동반질환 등을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제를 선택해 적극적으로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Q. 환자들이 일상 속에서 건선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A. 건선의 경과에는 생활습관들도 영향을 끼친다. 특히 음주와 흡연에 의해 건선이 악화될 수 있다. 비만인 경우 지방세포에서 발생되는 여러 인자에 의해 건선에 의한 염증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 실제 건선 환자에서는 당뇨병, 비만, 고지혈증의 유병률이 일반인보다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적극적인 체중관리와 함께 정기적인 병원 방문을 통해 적절한 치료시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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