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노출 독감백신’ 사용중단 결정 뒤에도 696명 접종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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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동안 계속 늘어 2295명 접종
“일부 병원 유료백신과 분리 안해 관리 허점… 중단조치도 늦게 전달”
발열-두통 등 이상반응 12명 집계

정부가 ‘상온 노출’을 이유로 인플루엔자(독감) 무료백신 사용 중단을 결정한 이후에도 접종자가 7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유통 과정의 문제가 제기된 정부 조달 백신 접종자는 3일 기준 2295명이다. 전날 2303명으로 집계됐으나 일부 지역의 정정을 거쳐 8명이 줄었다. 이 중 696명(30.3%)은 지난달 21일 중단 결정 이후에 접종을 받았다. 질병청은 일부 의료기관이 정부 조달 백신과 유료 백신을 분리해 관리하지 않았고, 접종 중단 소식이 신속히 전달되지 않은 탓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전북 전주시의 한 병원은 유료접종 대상자 60명에게 무료접종용 백신을 맞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접종자가 몰리자 일부 의료기관이 무료접종용 백신을 미리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일단 백신을 사용하고 나중에 무료접종 실시 기간에 맞춰 백신 제품번호(로트번호)를 전산망에 입력하려 했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이 접종 기록을 실제 전산망에 등록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도 추가 접종이 계속 늘어난 원인으로 꼽힌다. 질병청의 백신 관리지침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무료접종 백신의 제품번호를 전산망에 입력해야 비용을 정산받을 수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하루에 최대 100명까지 접종하다 보면 시간이 많이 걸려 한꺼번에 모아서 입력하는 의료기관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냉장 운송부터 의료기관 보관까지 보건당국의 백신 관리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백신 관리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선 의료기관들에 접종 중단 등을 신속하게 전파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가 예방접종 지침서에 비상사태 발생 시 연락에 대한 규정이 빠져 있다”고 말했다.

4일 현재까지 이상 반응을 보인 접종자는 12명이다. 이 중 10대 이하가 5명이다. 이들의 증상은 발열(3건)과 오한, 두통, 메스꺼움(3건)이 많다. 접종 부위 통증, 멍, 두드러기, 설사, 몸살, 인후 불편감도 각각 1건씩 나타났다.

김상운 sukim@donga.com·이소정 기자
#상온노출#독감백신#사용중단#접종#이상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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