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세계화, 음식장인의 공 인정해야[내 생각은/손우현]

손우현 숙명여대 객원교수·한불협회장 입력 2020-09-04 03:00수정 2020-09-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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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자 뉴욕타임스 부고기사(Obituaries) 가운데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었다. 미국에서 ‘BCD Tofu House’란 순두부 체인점을 창업해 경영하다 7월 타계한 음식장인 고(故) 홍희숙 씨의 삶을 재조명하는 질리언 프리드먼 기자가 쓴 기사다. 국내외 명사들의 서거를 알리는 뉴욕타임스 오비추어리에 국제적으로 저명한 일본 학자 등에 관한 기사는 간혹 보았지만 한국인이 등장한 것은 거의 처음인 것 같다.

그 이유는 기사에 나와 있다. 고인이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 미국 12개 도시에 창업한 13개 순두부 전문 체인점 ‘BCD Tofu House’에서 파는 순두부는 “미국의 문화 현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이런 평가는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다. 프랑스의 미식(美食)문화가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데 이어 2013년에는 한국의 김장문화가 그 뒤를 이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 한식문화는 빼놓을 수 없는 한류의 일부가 되었다.

필자가 문화공사로 근무했던 프랑스에서는 그 나라의 음식 수준을 보고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한번은 프랑스 인사를 초청해 파리에서 잘한다는 한국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는데 식사가 끝난 다음에 “한국 음식의 맛이 이렇게 섬세한 것을 보니 한국은 분명 훌륭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일 거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식문화도 이제 한류의 주요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한식 세계화가 정부 문화외교의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의 다른 영역도 그렇지만 한식 세계화도 정부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 홍 씨와 같은 음식장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탁월한 공로가 있는 음식장인에게 정부에서 훈장을 수여하는 전통이 있다. 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순두부 레시피를 개발해 “미국의 문화 현상”으로 끌어올린 고인의 노력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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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우현 숙명여대 객원교수·한불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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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세계화#음식장인#홍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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