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탄도미사일 콕 집어 “개발 도움 주면 제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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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재무-상무부 첫 합동 주의보
“의도치 않게 연루돼도 제재 대상”
‘한중 향한 경고 메시지’ 분석 나와
美 “中핵탄두 200기… 10년뒤 2배”

미국이 1일(현지 시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기업이나 개인과 거래할 경우 대북제재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하는 주의보(advisory)를 발령했다. 미국 정부가 부처 합동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특정해 제재 주의보를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미 대선을 두 달 앞두고 북한에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깜짝 도발’을 하지 말라는 우회 경고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국(ISN)과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이날 공동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관련 주의보를 발령했다. 19장짜리 주의보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주요 물품 목록, 현재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의 개인 및 기관 명단, 북한의 핵확산 활동을 제재한 미국 관련법 조항과 이를 회피하기 위한 북한의 수법들이 세세하게 담겨 있다.

국무부는 보도자료에서 “탄도미사일 역량을 확대하려는 북한의 지속적인 시도는 역내 안보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2017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나선 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지속적으로 위반한 점 등을 지적했다. 이어 “민간 분야 업체들이 북한의 미사일 관련 기술이나 장비 획득 시도에 대해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며 “의도치 않게(inadvertently) 북한의 탄도미사일 관련 조달을 지원했다가 미국과 유엔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의든 실수든 북한 탄도미사일과 연루되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미국이 북한 탄도미사일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부처합동 경고까지 하고 나선 것은 결국 11월 3일 대선을 앞두고 북한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는 경고로 해석된다. 한국과 중국 정부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분석도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부 교수는 “이번 주의보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교역은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에도 ‘조심히 움직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현금이 오갈 수 있는 남북 교류협력 사업에 대해 미국이 주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탄도미사일 개발에 활용될 수 있는) 많은 물품에 대한 밀수가 북-중 간에 이뤄지고 있다”며 “대선을 앞두고 대중국 제재를 강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읽힌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중국의 핵위협에 대한 경고도 동시에 날렸다. 미 국방부는 1일 공개한 연례 ‘2020 중국 군사력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200기 초반대 규모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 10년간 규모가 2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미국이 처음으로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 추산치를 공개하며 군사력 증강 위협을 공개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미 국방부는 200페이지짜리 보고서에서 중국이 핵전력 증강 및 무기체계 현대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육해공군 모두 핵무기를 확보하는 ‘3대 핵전력(nuclear triad)’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채드 스브래자 미 국방부 중국담당 부차관보는 이날 미국기업연구소(AEI)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중국은 앞으로 10년 안에 탄도유도탄 잠수함 함대를 확장해 장거리미사일과 해양발사탄도미사일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한기재 기자
#미국#북한 탄도미사일#대북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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