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우승했던 무대, 28년 뒤 딸이 다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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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 전국 제패 무학여고 김예솔, 아버지-여동생까지 ‘라켓 일가족’

왼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예솔, 아버지 김영수 한국실업소프트테니스연맹 이사, 어머니 이명선 행당초 소프트테니스팀 코치, 동생 김예진 행당초 선수. 이명선 코치 제공
왼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예솔, 아버지 김영수 한국실업소프트테니스연맹 이사, 어머니 이명선 행당초 소프트테니스팀 코치, 동생 김예진 행당초 선수. 이명선 코치 제공
28년 전 엄마가 우승한 무대에서 딸이 다시 정상에 올랐다. 4일 전북 순창에서 끝난 제58회 대통령기 전국소프트테니스(정구)대회 여자고등부 단체전에서 우승을 도운 무학여고 1학년 김예솔(16)이다. 김예솔이 힘을 보탠 무학여고는 결승전에서 경북조리과학고를 2-1로 누르고 1992년 이후 모처럼 이 대회 패권을 차지했다. 앞서 28년 전 우승할 당시 김예솔의 어머니인 이명선 행당초등학교 정구팀 코치(44)가 무학여고 선수로 뛰었다.

이 코치는 “고교 1학년 때 대통령기에서 고교 입학 후 첫 우승을 했었는데, 28년이 지나 딸이 저와 같은 나이에 같은 대회에서 고교 첫 우승을 한 것이 참 신기하다”고 말했다. 김예솔은 “코로나19 때문에 훈련만 하다 처음 대회에 나섰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기뻐했다.

김예솔네는 정구 가족이다.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 김영수 씨(47)도 용산고 정구 선수 출신으로 현재 한국실업소프트테니스연맹 이사를 맡고 있다. 동생 김예진도 어머니가 몸담고 있는 행당초교에서 정구 라켓을 잡고 있다. 김예솔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의 영향을 받아 본격적으로 정구를 시작했다.

이 코치는 “내 딸이라 그런지 다른 선수들 한 번 혼낼 걸 두 번 혼내는 것에 아이들이 불만이 많다”며 “요즘은 강제로 선수들을 늦게까지 잡아둘 수 없는데, 딸들은 훈련을 자유롭게 시킬 수 있어 기본기를 닦는 데 좀 더 유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구 가족이다 보니 눈높이가 높다. 이 코치는 “남편과 저 모두 딸의 고교 첫 우승을 축하해 주면서도 실수한 부분과 보완점을 말하게 된다”면서 “동생인 예진이도 언니처럼 무학여고에 가서 우승하겠다는 다짐을 하더라”며 웃었다. “로브와 스트레이트 전위 공격이 미흡했던 같다”며 우승 다음 날도 운동을 할 만큼 승부욕이 강한 김예솔은 “아시아경기, 세계선수권, 동아시아경기 등에서 모두 우승한 NH농협은행 출신 김애경 언니처럼 세계적인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 코치는 정구 선수 선배가 아닌 ‘엄마’로서 딸을 향한 애정도 드러냈다. “예솔이가 본인이 원하는 실업팀에 가지 못하게 될까 봐 항상 걱정하는 것이 마음 아프다. 설사 그곳이 아니어도 ‘넌 어디서나 잘할 거야’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테니스#김예솔#이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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