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4200만원 인정됐는데… 유재수 1심서 집유

한성희 기자 입력 2020-05-23 03:00수정 2020-05-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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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년 6개월-집유 3년 선고
재판부, 직무관련성-대가성 인정
4200만원 기본형량 3∼5년인데 4건 개별범행 간주… 수수액 쪼개

뇌물수수와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56·사진)이 1심 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뇌물 액수에 비해 가벼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손주철)는 22일 유 전 부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벌금 9000만 원과 추징금 4221만 원이 함께 선고됐다. 앞서 지난달 22일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의 뇌물 범죄 등에 대해 “전형적인 탐관오리의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하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 등에 재직하던 2010년∼2018년 11월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를 비롯한 4명에게서 받은 4200여만 원의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형량은 비교적 가벼운 징역 1년 6개월을 택하고 그 집행을 3년간 유예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뇌물범죄 양형 기준에 따르면 수수액이 3000만 원 이상∼5000만 원 미만이면 기본 형량은 3∼5년이다. 가중 처벌할 경우 4∼6년, 감경하면 2년 6개월∼4년이다. 유 전 부시장은 양형 기준 감경 요소에 따라 감경한 경우라도 더 낮은 형량이 선고됐다. 법관이 양형 기준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할 경우에는 법원조직법에 따라 그 이유를 판결문에 적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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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가 이 같은 형량을 선고한 건 유 전 부시장이 공여자 4명에게서 뇌물을 받은 행위를 포괄일죄(包括一罪)로 보지 않고 개별 범행으로 봤기 때문이다. 유 전 부시장은 뇌물로 인정된 4200여만 원을 4명한테서 받았는데 각각 쪼개 보면 액수가 크지 않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이다. 유 전 부시장이 1명에게서 받은 가장 많은 금품 액수는 2772만 원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여러 사람에게서 받은 별도의 뇌물죄라면 각각의 양형 기준을 적용해 형량을 정할 수는 있다”면서도 “요즘 뇌물 범죄는 집행유예 선고를 잘 하지 않는데 재판부가 (유 전 부시장의 경우) 개별 범죄로 봤다고 해도 실형을 선고하지 않은 건 가벼운 처벌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뇌물 범죄는 직무 집행의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고 사회적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며 “이 사건 범행은 금융위원회 공무원인 피고인이 금융위원회가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회사를 운영했던 공여자들로부터 반복적으로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비난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했다.

유 전 부시장은 재판 과정에서 뇌물 공여자들에 대해 ‘아버님 같은 존재’ ‘친동생’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가족 같은 사람들, 업무와 관련 없는 친한 지인들로 특정인에게 이익을 제공한 적이 없다”며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 전 부시장이 동생을 취업시켜 준 자산운용사 대표에게 금융업체 제재 경감 효과가 있는 금융위원장 표창을 받게 해준 혐의(수뢰후부정처사)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이 나왔다.

한성희 기자 che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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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뇌물수수#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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