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지역 아파트건설 불만 늘자… 대구시 “조례개정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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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적률 높아 고층아파트 짓기 유리… 부지 3곳 중 1곳이 상업지역 개발
주민 소음-일조권 피해 민원 증가
전문가 의견 수렴해 개정하기로

13일 대구 중구 수창동 태평네거리 센트럴자이 아파트 32층 A 씨 집에서 바라본 주상복합 ‘제일풍경채’ 아파트 건설현장(왼쪽 사진). 지상 44층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서면 센트럴자이 아파트 400가구가 일조권을 침해받을 수 있다. 같은 날 달서구 용산네거리 인근 주상복합 ‘용산자이’ 아파트 건설현장(오른쪽 사진). 건설현장 인접 아파트 주민들이 용산자이 아파트 건설로 각종 피해를 입게 됐다며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에 나섰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13일 대구 중구 수창동 태평네거리 센트럴자이 아파트 32층 A 씨 집에서 바라본 주상복합 ‘제일풍경채’ 아파트 건설현장(왼쪽 사진). 지상 44층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서면 센트럴자이 아파트 400가구가 일조권을 침해받을 수 있다. 같은 날 달서구 용산네거리 인근 주상복합 ‘용산자이’ 아파트 건설현장(오른쪽 사진). 건설현장 인접 아파트 주민들이 용산자이 아파트 건설로 각종 피해를 입게 됐다며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에 나섰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눈앞에 44층짜리 고층아파트가 들어선다고 생각하니까 아찔합니다.”

대구 중구 수창동 중심상업지역 센트럴자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A 씨(34·여)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불과 10여 m 앞에 44층 규모의 주상복합 ‘제일하늘채’ 아파트 공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101∼103동 3개동 400가구는 일조권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조만간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할 방침이다.

달서구 용산네거리 인근 중심상업지역 상황도 비슷하다. 이곳 용산모닝빌아파트와 용산화이트빌빌라, 유성아트빌빌라 등 3곳의 주민들은 바로 앞에 건립되는 45층의 주상복합 ‘용산자이’ 아파트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용산자이가 들어서면 2∼10m 거리 맞은편에 높이 10배 규모의 건축물을 마주보며 살게 된다. 주민들은 “우리 집 앞 고층아파트 웬 말이냐”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집단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대구 도심 상업지역 곳곳에서 고층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일조권 및 환경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대구시가 뒤늦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조례를 손보려고 개정 작업에 나섰지만 상당 기간 해당 지역 주민들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대구시에 따르면 아파트 재개발 및 재건축 공사장은 147곳이며 상업지역은 50곳이다. 전체 공사장 3곳 가운데 1곳이 상업지역이다. 일반 주거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좁은 면적에서 높게 지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재개발이 활발하다.

현행 대구시 도시계획 조례에 따르면 주거지역 가운데 가장 많이 분포한 2종 일반지역 용적률은 220%이다. 112.39m² 크기의 아파트 500채를 짓기 위해 2만5534.80m²의 대지 면적이 필요하다. 반면 비슷한 규모의 아파트를 상업지역에 건립한다고 가정하면 용적률은 1300%이다. 따라서 대지 면적 4320.66m²만 매입하면 같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건설사들이 상업지역 고층아파트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이로 인해 상업지역 고층아파트 공사장 인근 주민들은 각종 환경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더구나 일반 아파트보다 공사 기간이 2배 늘어난 4년 이상이다. 깊게 터파기를 하는 등 심한 소음과 유해물질 분진이 많고 피해 기간도 길다.

이 때문에 대구에서 상업지역 고층아파트 건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0년 중반부터 민원 건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대구 8개 구군에 따르면 아파트 재개발 재건축 관련 민원 건수는 2018년 2346건, 지난해 4398건. 올해도 현재까지 1940건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김한수 계명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낡은 도심을 재생하려는 정부 방침 또한 상업지역 재개발 분위기를 부추겨 고층아파트가 많이 들어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철저하고 장기적 관점의 도시 재생 계획을 세워야 불필요한 갈등과 마찰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민원과 분쟁이 많은 상업지역 재개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조례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진하 대구시 도시계획정책관은 “현재 전문가 의견을 모으고 다른 지역 상황과 비교하면서 면밀히 검토 중이다. 상업지역 용적률을 조정해 고층아파트 높이를 제한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며 “해당 지역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민관의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상업지역 고층아파트#일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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